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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성광 원장 |
진화 트리는 생물의 역사를 직선적 변화가 아닌 가지가 갈라지는 계통도로 표현한다. 과학자들은 이미 인간 쪽으로 진화의 방향을 틀은 가지들을 직접 인간 계통에 속하는 호모속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공통 조상 중 왜 어떤 무리는 원숭이가 됐고, 어떤 무리는 소멸했으며, 또 어떤 이들은 인간으로 진화했을까?
유인원과 호모속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인원은 나무 타기에 적합한 구조이나, 호모속은 장거리 보행이 가능한 S자형 척추와 넓은 골반을 지녔다는 점이다. 한때 아프리카의 기후가 건조한 사바나로 바뀌어 나무 밀도가 감소하자 일부 무리가 먹을 것을 찾아 초원 지대인 땅으로 내려왔다. 이들은 점차 환경 변화에 적응해 장거리 이동과 먹이 탐색에 유리한 이족 보행을 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90만 년 전 정교한 석기 제작과 불을 사용하고, 직립 보행 및 현대인과 비슷한 뇌 용량을 갖는 호모에릭투스가 출현했다. 이들은 아프리카를 벗어나 아시아와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유인원이 인간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선택은 나무에서 내려온 것이다. 이들 중 변화에 적응해 여러 번의 선택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현존 인류, 호모 사피엔스 종이 되었다. 그런데, 앞으로 인류의 진화를 이끌 가장 큰 환경 변화는 AI가 촉발할 것이다. 지난주 개최된 CES 2026은 자율 주행 차량과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 주었다. 일론 머스크는 미래에는 한 사람이 여러 대의 로봇을 곁에 두고 살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좋으나 싫으나 로봇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될 것이다. 가정과 일터에서 로봇과 함께 일하고, 때로는 로봇이 시키는 일도 해야 할 게다. 과거에는 환경 변화와 선택의 진화 과정이 수백만 년에 걸쳐 일어나서 당장 변하지 않아도 그 개체로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AI가 너무 빨리 발전해서 2016년 알파고 출현 이후 10년 만에 세상이 천지개벽했다. 이런 시대에는 어떤 집단 또는 개인이 도태하거나, 다른 가지로 분화돼 발전하는 데 불과 한 세대도 안 걸릴 수 있다. 그 분기점이 AI의 적극 활용이다. 원숭이가 무리에서 가장 뛰어나도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으면 그냥 원숭이로 머물게 된다. AI는 우리의 직업을 뺏을 수도 있지만, 잘 장착하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한때는 유·초등생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코딩 교육 열풍이 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소프트웨어 전공자, 개발자가 가장 먼저 사라지고 있다. 정확히는 주니어 S/W 개발자가 도태되고 있다. 이같이 전 직업군의 초보자들, 형식화된 지적 노동이 AI로 대체되고 있다. 이전에는 손이 빠른 사람이 위험하다고 예상했으나, 지금은 기술 문서·정책 보고서 초안 작성자, 법률·회계·세무 보조 인력, 번역가·콘텐츠 중간 제작자 등이 가장 먼저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어린이와 젊은이뿐만 아니라 직장인, 심지어 은퇴한 노년층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준다. 직장에서의 변화는 현대 매타플랜트. 테슬라 기가팩토리와 같이 사람이 거의 없이 AI·로봇으로 운영되는 다크 팩토리가 주도한다. 휴머노이드가 당신의 일터로 스멀스멀 침투해 오고 있다. 기다리면 도태된다. 당신이 먼저 움직여야 살아남는다.
피지컬 AI의 등장으로 이제 창의적 연구자까지 위협받고 있다. 수만 편의 논문을 읽은 생성형 AI가 연구 워크플로우와 가설을 세워주고, 사람이 없이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실험실, Dark Laboratory를 갖춰야 경쟁력이 생긴다. 이렇게 주도적으로 AI와 협업하는 자만이 살아남고, 그런 집단이 선택받아 새로운 종, 신인류로 진화할 것이다. 과거 호모속에 속했던 여러 종은 다 사라지고 인지혁명을 이룬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아 인간이 되었다. 우리도 변화하지 않으면 완전히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처럼 될 수 있다./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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