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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연 처우 개선 요구에 "돈 벌려면 창업하라" 과기연구노조 "연구자 자긍심 짓밟는 행위"

16일 대전서 열린 현장 간담회서 과기연구비서관 발언 논란
노조, 그동안 출연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관료주의 지적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26-01-21 17:50

신문게재 2026-01-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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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특구 전경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종사자가 처우 개선을 요구한 데 대해 "돈 벌려면 출연연에 있지 말고 나가서 창업하라"고 답변한 이주한 과학기술연구비서관의 발언에 연구현장이 반발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더 이상 사명감만으로는 우수 인재를 붙잡을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관료 중심의 통제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이하 과기연구노조)은 21일 성명을 통해 최근 이주한 과기연구비서관의 발언을 비판하고 출연연에 대한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이주한 비서관의 발언은 16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대전 본원서 열린 '2026년 주요 R&D 정책 방향 관련 충청권 연구 현장 간담회서'서 나왔다. 이 비서관은 간담회 참석자가 출연연 처우 개선을 요구하자 "돈을 벌려면 출연연에 있지 말고 나가서 창업하라", "미국 중국 수준의 처우 개선은 어렵다"고 말했다. 처우 개선 필요성을 전면 부정한 것은 아니지만 연구현장의 요구와 현실에 대한 공감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첫 과기연구비서관인 이주한 비서관은 KBSI 출신으로, 출연연 연구자들이 수십년간 요구한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과기연구노조는 이 비서관의 이러한 발언이 PBS 폐지에 따른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진단과 대안을 수립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노조는 "출연연이 설립 목적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모든 책임을 출연연 종사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현재 추진 중인 PBS 폐지에 따른 출연연 정책 방향에 치명적인 오류를 낳을 수 있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출연연 처우 개선은 과기연구노조뿐 아니라 타 노조와 단체도 지속적으로 주장한 내용이다. 실제로 출연연의 우수 인력들이 국내외 대학이나 민간기업으로 유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과기연구노조는 "우리가 요구하는 처우 개선은 단순한 임금 인상이 아니다"라며 "국가 R&D를 수행한다는 사명감만으로는 더 이상 우수 인재를 붙잡을 수 없는 붕괴 직전의 현실을 직시하라는 경고"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출연연 혁신의 걸림돌로 '관료 중심의 통제 시스템'을 지목했다. 그동안 정부와 관료의 과도한 개입과 공공기관 지정을 통한 획일적 통제, PBS, 기관장 선출 제도, 기관평가 제도 등이 출연연의 제 역할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관료주의적 하향식 개혁이 지속된다면 PBS 제도 폐지 등에도 진정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과기연구노조는 "출연연 위상 추락과 연구생태계 붕괴 원인은 분명하다. PBS로 연구자들을 내몰고 1~2년 단위 단기 성과에 집착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정부와 관련들"이라며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시스템 속에서 혁신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들이 그 책임을 연구자의 나태함으로 전가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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