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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배재대 교수 |
현재 AI 패권은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그록 등을 앞세워 일반인공지능(AGI)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AGI 시대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음에도 막대한 자금이 쏟아지며 'AI 버블론'이 고개를 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수혜를 AI 칩과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다른 방식으로 치고 나오고 있다. 300여 개가 넘는 거대언어모델(LLM)이 당국 승인을 받아 운용될 정도로 생성형 AI 시장이 활발하고, 딥시크, 키미, 미니맥스 등은 탁월한 가성비와 추론 능력으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올해의 화두는 단연 '에이전트 AI'다. AI 비서 커뮤니티 '몰트봇'이 오픈소스 플랫폼 '오픈클로(OpenClaw)'로 배포되며 급속히 퍼져 나가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피터 스타인버거가 개발한 이 플랫폼은 일정 관리, 항공편 예약, 주식 투자, 보고서 작성, 이메일 전송, 코딩까지 수행하는 슈퍼 에이전트 구조로, 하나의 상위 에이전트가 여러 하위 에이전트를 지휘하며 복잡한 업무를 처리한다. 이것이 비즈니스에 본격 투입된다면 인간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재정의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국의 행보다. 오픈클로 설치가 '가재 키우기'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열풍을 일으키고 있고, 지난 3월 10일에는 중국 지방정부들이 대대적인 무료 설치 행사를 열었다. 보안 우려로 인한 잠시의 혼란 이후 당국은 5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다시 보급을 독려하고 있다. 신기술을 향한 강렬한 열망과 빠른 제도적 대응이 맞물리는 중국 특유의 역동성이다. 최초의 혼란 뒤에 안정화가 오고, 그 위에서 창의력이 꽃피며 다양한 비즈니스가 수익을 낸다. 이것이 그들의 반복되는 패턴이다.
반면 우리 정부의 연구 지원은 여전히 '관리'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과 관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창의력은 자율성에서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국가과학자 제도'는 세계적 연구자 100명을 선정해 연 1억 원씩 5년간 지원하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그러나 미래를 이끌 젊은 과학자에 대한 지원금 일부가 예산 조정 과정에서 삭감되었다는 소식은 씁쓸하다. 젊은 인재야말로 가장 먼저 지켜야 할 투자처다. 카이스트는 2021년부터 '실패연구소'를 운영하며 도전 정신을 키우고 있고, 서울대는 올해 1000억 원 규모의 실패 허용 연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연구 성공률이 90%를 넘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모험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가 고착되었음을 보여준다. 높은 성공률은 칭찬이 아니라 반성의 근거다.
정책의 일관성 문제는 AI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에너지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환경, 탈원전, 화석연료 사이를 오갔고, 그 결과 중동 전쟁으로 석유 공급이 흔들리자 우리는 또다시 큰 충격을 받고 있다. AI 정책도 다르지 않다. "영어는 이제 배울 필요가 없다", "전 국민이 코딩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 몇 년 사이에 뒤집히는 현실 앞에서 국민은 혼란스럽다. 공포 마케팅과 손바닥 뒤집듯 하는 정책은 백년대계를 갉아먹는다.
우리나라는 인재로 먹고살아 온 나라다. 그 인재가 줄어들고 있다. 5천만 시대가 아니라 3천만 시대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럴수록 AI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AI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면 적은 인구로도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교육 현장에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능력과 AI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능력을 명확히 구분하고, 그 사이의 회색지대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교육 혁신은 그 정직한 인정에서 시작된다.
전쟁터에서 '효율'이 '지능'을 이기듯, 산업 전장에서도 방향이 분명한 나라가 이긴다. 우리 제조업 강국의 저력에 AI를 결합하면 미국,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길이 열릴 것이다. AI 대전환은 선택이 아니다. 10년, 20년, 나아가 100년을 내다보는 일관된 비전으로 지금 당장 그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 /김정태 배재대학교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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