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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17분 신고, 1시53분 국가소방동원령… 그때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유가족 "못 나갈 것 같아" 마지막 전화 통화 2시 전후로 이뤄져
전문가들 소방동원령까지 36분… 탈출 골든타임까지 놓친 점 아쉬워
채진 교수 "재난 시 이성적 판단 어려워… 평소 최악의 상황 훈련해야"

이현제 기자

이현제 기자

  • 승인 2026-03-23 20:04

신문게재 2026-03-24 1면

대전 대덕구 공장 화재 당시 소방당국은 신고 36분 만에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며 신속히 대응 수위를 높였으나, 건물 구조와 인화성 물질로 인한 진입 곤란으로 대형 인명피해를 막지 못했습니다.

대응 수위가 급격히 격상되는 중에도 내부에서는 고립된 이들의 마지막 통화가 이어지는 등 구조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음이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화재 초기 신속한 판단과 대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평소 복수의 탈출 경로 확보와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재난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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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에서 23일 경찰과 소방, 고용노동부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화재는 최초 신고 이후 소방 대응 수위가 빠르게 최고 단계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대형 인명피해를 막지 못했다.

불은 지난 20일 오후 1시 17분 처음 신고됐고, 소방당국은 9분 만에 대응 1단계, 14분 만에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이어 오후 1시 53분에는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내려졌다. 신고 접수 뒤 불과 36분 만에 현장 대응은 사실상 최고 수위까지 치솟은 셈이다.



하지만 불길 속 시간은 달랐다. 소방 지휘 단계가 1단계에서 2단계로, 다시 국가소방동원령으로 빠르게 높아지는 동안에도 내부에 있던 희생자들은 여전히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에 따르면 한 희생자는 오후 1시 58분까지도 통화했고, 마지막 말은 "나 못 나갈 것 같아"였다.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된 뒤에도 공장 안에서는 아직 탈출하지 못한 이들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초기 현장 상황은 바깥의 대응 속도만으로는 곧바로 뚫기 어려웠다. 소방당국은 조립식 건물이라 연소 확대가 빨랐고, 인화성 물질 나트륨이 건물 내 다량 보관 중으로 초기 진압에도 어려움을 겪었으며, 붕괴 우려 때문에 내부 진입이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화재의 가장 뼈아픈 지점은, 현장 밖 대응 수위가 최고조로 치닫는 동안에도 공장 안에서는 구조를 기다리는 시간이 계속 흘렀다는 점이다. 최초 화재 신고부터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되기까지 36분간 그 사이 누군가는 마지막 통화를 이어가고 있었고 누군가는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당시 14명이 연락 두절 상태였다는 사실은 초기 대응이 강화되던 시간대 이미 상당수 인원이 내부에 고립돼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초기 대응 수위가 빠르게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도 남을 수밖에 없다. 최초 신고부터 마지막 통화가 이뤄진 시간이 4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결국 탈출조차 못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안타까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는 이번 참사가 화재 발생 직후의 짧고 긴박한 시간 안에 얼마나 신속하게 판단하고 움직이느냐가 생사를 가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불이 난 뒤 마지막 가족들과 통화 등이 2시 전후로 이어졌다는 점은, 결국 초기 수십 분이 탈출의 골든타임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화재 같은 재난 상황이 닥치면 공포와 혼란으로 이성적 판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평소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탈출 경로를 복수로 정해두고 간헐적이라도 훈련을 통해 몸이 반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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