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
  • 충북

[기자수첩] ‘명부’보다 더 무거운 것, 무너진 신뢰의 그림자

전종희 기자(충북 제천 주제 )

전종희 기자

전종희 기자

  • 승인 2026-03-24 10:24

제천시 전직 공무원의 '지지자 명부' 의혹이 압수수색으로 번지며 개인정보 관리의 공정성 논란과 함께 지역사회의 불신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안은 선거를 앞두고 정책 대신 의혹 중심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으며, 시장의 개입 여부를 포함한 조직적 흐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제천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책임 있는 자세를 통해 훼손된 민주주의적 신뢰를 시급히 회복해야 합니다.

전종희 기자(충북 제천 주재)
전종희 기자(충북 제천 주제)
제천이 흔들리고 있다. 전직 공무원의 '지지자 명부' 의혹은 단순한 개인 일탈 논란을 넘어 압수수색으로까지 이어지며 지역사회 전체를 뒤덮고 있다. 사건의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미 시민들의 마음속에서는 '의혹'보다 '불신'이 더 빠르게 자라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명부 그 자체가 아니다. 수천 명에 이르는 개인정보가 어떤 기준으로 분류되고 관리됐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과연 공정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시민들은 단순히 "누가 만들었는가"보다 "왜 이런 것이 가능했는가"를 묻고 있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이번 사태는 단발성 논란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지역사회의 균열이다. 사실 확인 이전에 각종 추측과 해석이 앞서며 공동체는 빠르게 둘로 갈라지고 있다. 누군가는 정치적 공세라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미 시스템 자체를 의심한다.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신뢰가 먼저 붕괴되는, 가장 위험한 국면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은 이 상황을 더욱 예민하게 만든다. 정책과 비전은 사라지고, 의혹과 침묵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는 결과와 무관하게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주의는 절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신뢰'가 있어야 비로소 작동한다.

공직사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부의 문제로 선을 긋기에는 사안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그렇다고 침묵으로 일관하기에는 시민들의 불안이 너무 커졌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어가 아니라 설명이다.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특히 김창규 제천시장의 역할과 책임 역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사안이 단순 개인의 일탈인지, 아니면 조직적 흐름 속에서 벌어진 일인지에 따라 사태의 성격은 전혀 달라진다. 시장이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 또한 정치적 해석이 아니라 수사를 통해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모호함'은 가장 나쁜 결과를 낳는다.

지금 제천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시점에, 내부 불신으로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공익보다 이익, 공동체보다 진영이 앞서는 순간 지역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해법은 단순하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다. 철저한 수사, 투명한 공개, 그리고 책임 있는 자세.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은 '논란'이 아니라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나쁜 의미에서다.



지금 제천에 필요한 것은 빠른 봉합이 아니다. 불편하더라도 끝까지 드러내는 진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쌓아 올리는 신뢰다.
제천=전종희 기자 tennis400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