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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
모든 발명품들이 그러하듯이 발명되고 나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발명 이전에는 까다롭고 어려운 문제로 여겨집니다. 자릿수의 개념을 적용한 현재의 표기법도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입니다. 아니 현재 과학기술의 진보는 0을 통한 수의 표기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자릿수의 개념이 없던 시기에 동서양은 숫자를 10단위를 기준으로 표기했습니다. 서양에서는 5단위를 보조단위로 해 1과 5의 배수를 나타내는 알파벳기호의 조합으로 표현했습니다. I(1), V(5), X(10), L(50), C(100), D(500), M(1000) 등과 같이 단위의 새로운 수들에 대해서 새로운 알파벳을 부여했으며 이들을 기준으로 1, 2, 3, 4를 I, II, III, IV로 6, 7, 8, 9는 V1, VII, VIII, IX로 표기했는데 이는 6 (5+1)은 VI, 4은 IV, 15은 VX (10+5)로 유추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026년은 위의 형식에 따라 MMXXVI(2000+20+5+1)으로 표기됩니다. 동양 또한 10단위로 1(一), 10(十), 100(百), 1000(千), 10000(萬) 등으로 한자를 지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수들을 표기했으며 2026은 二千二十六(2000+20+6)으로 나타냈습니다.
이렇듯 0과 자릿수의 개념이 없던 시기에는 점점 더 큰 수들을 표기하기에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문자들을 만들어야만 했으며, 이 표기법으로 덧셈, 뺄셈 등을 계산하기에는 그 숫자들과 결괏값들의 연관성이 쉽게 연상되거나 유추되지 않아 숫자가 커질수록 그만큼 복잡한 문제가 되어갔습니다.
0의 개념이 없던 시대의 사고의 흔적들이 아직도 우리 생활에는 건물의 층수와 연도를 100단위로 표기하는 세기 등에 남아 있습니다. 첫 번째로 지상에 존재하는 건물은 당연히 1층부터 시작하게 돼, 건물의 층수는 1층, 2층, 3층 등으로 올라가며 1층 아래는 0층이 아닌 지하 1층, 지하 2층 등으로 표기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을 20세기 (20th century)가 아닌 21세기라고 표현하는 것도 고대 로마에서는 '0'이라는 개념이 없었기에 서기(AD)와 기원전(BC)을 서기 1년을 기점으로 시간을 나누었으며, 처음 (AD) 1년에서 100년까지를 1세기, 101년~200년을 2세기로 표기했으며 AD 1년의 전년도는 BC 1년으로 표기했으며 그 표기법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표기의 근본적인 이유는 '0'은 없음을 뜻하며, 존재하는 것은 1부터 시작하여 표기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류의 역사에 '0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없음'을 표기하기 위해서 고안된 숫자 '0'의 등장은 산술은 물론 수학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과학의 발전에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수학에서의 '0'은 어떠한 숫자도 0을 더하면 그 숫자 자신이 되게 하는 수로서의 기능(항등원)과 자릿수에서 없음을 뜻하는 수입니다. 즉 103에서 1과 3 사이의 0은 '십의 자릿수는 없다'라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이를 활용하면 2026을 로마 숫자 MMXXVI로 쓰는 것보다 0을 활용한 아라비아 숫자가 훨씬 간결해지며 새로운 알파벳이나 문자의 도움이 없이 숫자만 지속적으로 첨가해 점점 커지는 수들도 아주 편리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0의 등장으로 음수(-)의 개념이 가능해졌고, 현대 컴퓨터의 근간인 이진법(0과 1)도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없음'을 표기하기 위해 고안된 숫자 '0'은 '있음'의 증명에 활용돼 이제 어떠한 수들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됐으며, 무한한 연산의 자유와 함께 현대 디지털 문명을 탄생시킨 반전의 열쇠가 됐습니다.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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