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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책잼도시대전'이 보여주는 로컬 창업의 미래

박정용 한남대 교수

이상문 기자

이상문 기자

  • 승인 2026-04-09 16:56

신문게재 2026-04-10 19면

한남대 HUSS사업단 학생들의 대전 3대 하천 스토리텔링 아이디어가 실제 지역 축제로 결실을 맺으며, 기술이 아닌 인문학적 가치와 협업을 기반으로 한 로컬 창업의 성공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사례는 지역의 일상적인 자산에서 이야기를 발굴하고 대학과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실행까지 완수한 결과로, 로컬 창업에 필요한 창의성과 실행력의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대규모 창업 지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예비 창업자들이 지역 자원과 대학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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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용 한남대 교수
지난해 한남대 HUSS사업단은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생, 지역기업, 시민들이 함께 만나는 기회를 늘렸다. 포럼, 워크숍, 경진대회, 멘토링 등의 자리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그중 상당수는 지역 문제 해결과 지역의 문화·자원 활용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주목받은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대전의 3대 하천인 대전천, 갑천, 유등천을 중심으로 지역의 역사와 언어, 시민의 기억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내자는 제안이었다. 학생들의 이 작은 아이디어는 1년 동안 발전을 거듭해, 이번 4월 실제 지역 축제로 꽃피웠다. 4월 10~11일 대전 중구 상무관에서 열리는 '2026 책잼도시대전'이 바로 그 결실이다.

이 사례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로컬 창업'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첫째, 기술이 아닌 '이야기'로 가치를 창출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에는 첨단 기술도, 화려한 플랫폼도 없었다. 대전의 3대 하천이라는 일상적 공간 속에 묻혀 있던 지역의 역사와 시민의 기억을 발굴하고, 이를 문화 콘텐츠로 재구성하는 인문학적 접근이 전부였다. 이것이 바로 로컬 창업의 핵심이다. 거창한 기술이나 막대한 자본이 없어도,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적 자산을 소재로 창의성과 혁신을 더하면 사업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둘째, 협업의 구조를 만들었다. 책잼도시대전은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학생들은 여러 전공의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여기에 대전사회혁신센터와 로컬창업가들이 팀 멘토링을 통해 힘을 보탰다. '대학이 아이디어를 내고, 기업과 시민단체가 실행하며, 지역사회가 실행의 장을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셋째,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실행까지 완성했다. 학생들은 HUSS사업단의 해외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다카마쓰 지역과 프랑스 리옹·파리의 도시재생 사례를 직접 견학했다. 선진 사례를 보고, 배우고, 대전의 맥락에 맞게 재해석했다. 아이디어를 제안만 하고 끝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까지 설계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창업가 정신이다. 좋은 아이디어는 많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책잼도시대전 같은 사례는 비단 대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이런 로컬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전국민을 대상으로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바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예비창업자 5000명을 선발하는데, 그중 로컬창업 부문만 1000명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로컬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참고할 수 있는 점은 명확하다.

첫째, 살고 있는 동네의 이야기를 발굴하라. 대전천, 갑천, 유등천은 대전 시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상적 공간이다. 하지만 그 하천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로컬 창업의 시작은 바로 여기, 발 딛고 있는 땅의 이야기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다.

둘째, 함께해야 한다. 로컬 창업은 협업 창업이다. 지역의 문제는 혼자 풀 수 없다. 함께 풀어야 한다. 당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동료를 찾아라. 꼭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어도 혼자보다 함께할 때 아이디어는 더 풍성해지고, 실행력은 더 강해진다.

셋째, 대학과 지역사회의 자원을 적극 활용하라. 지역 대학들은 이미 다양한 로컬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각 대학의 RISE센터, 창업지원단, 여러 특성화사업단 등을 찾아 문을 두드리자.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가? 그 이야기를 누구와 함께 콘텐츠로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지역 시민들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1년 후, 당신의 아이디어도 지역을 바꾸는 축제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박정용 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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