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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혼자 설계한 열전 발전기, 효율 여덟 배 높아

포스텍·UNIST 공동 연구팀
'범용 설계 프레임워크' 개발

김규동 기자

김규동 기자

  • 승인 2026-04-0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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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성 포스텍 교수


최근 포스텍 화학공학과 손재성 교수·이정수 박사 연구팀은 UNIST(울산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정하영 교수와 함께 버려지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발전기 구조를 컴퓨터 스스로 설계하게 하는 '범용 설계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열전 발전기' 효율도 기존보다 8배 이상 높았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쳐 커뮤니케이션'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자동차 배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제철소와 반도체 공장에서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산업 폐열, 손목에서 느껴지는 체온까지.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가 아무 쓸모 없이 공기 중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 낭비를 막을 기술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열전 발전'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온도 차이만 있으면 전기를 만들 수 있어 별도의 연료 없이 버려지는 열을 재활용할 수 있다. 나사(NASA)가 우주 탐사선에 전력을 공급할 때 쓰는 바로 그 원리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연구를 통해 열전 소재 자체의 성능은 꾸준히 좋아졌지만, 막상 현장에 적용하면 기대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는 일이 반복됐다. 문제는 재료가 아니라 발전기 '구조'다. 열이 어떤 경로로 들어오고 나가는지, 전기적 저항은 어떻게 분포하는지 등 복잡한 요소들이 한꺼번에 맞물려야 비로소 제 성능을 낸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대부분 직관과 반복 실험에 의존해 구조를 설계해 왔다.

연구팀은 컴퓨터에 이를 맡겼다. 연구팀이 활용한 '토폴로지 최적화(Topology Optimization)' 기법은 사람이 "이 모양이 좋겠다"라고 추측하는 대신, 컴퓨터가 조건을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3차원 구조를 직접 그려내는 방식이다. 열 환경, 재료 물성, 접촉저항, 전기 부하 조건 등 실제로 영향을 주는 요소를 다 고려해 발전 효율을 최대화하도록 설계한 '범용 설계 프레임워크'를 만든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열전 발전기 기본 형태는 단순한 직육면체, 네모반듯한 벽돌 모양이 전부였다. 사람이 설계하면 자연스럽게 익숙하고 만들기 편한 형태로 수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컴퓨터가 내놓은 구조는 'I자형', '비대칭 모래시계형' 같은, 인간의 직관으로는 좀처럼 떠올리기 어려운 독특한 형태였다. 이 구조들은 열의 흐름을 정교하게 조절해 발전기 위아래 온도 차이를 최대로 키우고 전기 저항과 접촉 손실을 동시에 줄이며 연결된 전기 부하 조건까지 고려해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끌어올리도록 설계된 형태였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실제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설계된 구조를 제작하고 성능을 검증했다. 기존 직육면체 구조와 비교해 최대 8.2배 높은 발전 효율을 기록했으며 컴퓨터가 예측한 값과 실제 실험 결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열이 낭비되는 시대에서, 열이 다시 전기가 되는 시대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손재성 교수는 "'좋은 재료를 찾는 경쟁'을 넘어 실제 열 환경에 맞춰 형상을 자동 설계하는 '설계 기반 성능 향상'이라는 새로운 경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정하영 교수는 "사람의 시행착오 없이 입력 조건만으로 최적 구조를 도출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AI와의 융합을 통해 적용 범위와 파급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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