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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서글프지 않은 이별을 배우기까지

남일초 교사 홍선혜

오현민 기자

오현민 기자

  • 승인 2026-05-14 18:25

신문게재 2026-05-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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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남일초 교사 홍선혜. /사진=충남교육청 제공
교직을 준비하며 마냥 학교 현장에 발령을 받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마주한 현실은 내 기대와는 달랐다.

처음 담임을 맡았던 5학년. 가르쳐야 할 과목은 왜 그리 많은지, 대학생티를 갓 벗은 내가 아이들을 잘 지도하고 있는 게 맞는지 끊임없이 물음표가 생겼지만, 매일 수업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나날이었다.



경력이 10년 이상 많은 선배 교사를 붙잡고 "내가 아닌 다른 선생님이 담임이셨다면 우리 반 아이들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요?"라며 초보 교사의 막막함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그랬던 내가 어느새 14년 차 교사가 되어, 한 해를 제외하고는 줄곧 13년째 담임을 맡아오고 있다. 이제 다른 선생님과의 비교는 내려놓으려 노력하지만, 아이들이 최대로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만큼은 여전히 간직한 채 교실에 들어선다.

매년 3월에 만나 2월이면 헤어지는 것이 1년을 맡은 담임교사로서의 당연한 이치거늘 아이들과 헤어질 때마다 아쉬운 마음에 힘들어하곤 했다. 지금까지 근무했던 학교들은 규모가 커서 진급 후에 아이들이 여러 반으로 흩어지니 '우리 반'은 기억 속에만 남았는데, 단일 학급인 지금 학교는 아이들이 온전히 함께 올라가고 나만 빠진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유치하게도 학급 제자라기보다는 오랜 단짝을 잃을 마음처럼 아이들과 헤어질 생각에 벌써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이 잘하면 잘하는 대로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언제 또 만나나' 하는 욕심 섞인 걱정이 앞섰고, 아이들이 어려워하면 어려워하는 대로 '내가 없는 내년의 교실에서 고군분투하면 어쩌나' 하는 안쓰러움에 마음이 쓰였다. 다음 해에도 아이들을 품어줄 든든한 선생님이 계실 텐데, 그마저 잊을 정도로 나는 아이들을 내 품 안에만 꼭 끼고 살았던 모양이다.



올해 2월의 마지막 날, 나는 결국 엉엉 울며 아이들과 이별을 고했다. 같은 학교에 있지만 이제 내 품 안의 아이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못내 서운했다. 지금 학교에서는 계속 6학년을 가르쳐 중학교로 보낼 때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혹시나 작년 아이들을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해 내년 아이들에게 소홀하면 어쩌나 겁이 나기도 했다. 아이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미련의 끈만 잡고 있을까봐.

다시 3월이 오고 한 학년 올라가 5학년이 된 아이들을 복도에서 자주 마주치지만, 담임이었을 때와 비교하면 우리의 거리는 조금 소원해졌다. 그 소원해진 거리가 슬플까 봐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3월 첫날 시업식에서부터 나의 시선은 작년 아이들이 아닌 올해 아이들을 향해 있었다. '우리 반', '우리 선생님'이라는 말로 아이들과 나를 단단하게 묶은 채 말이다.

너무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을 올해 또 만나 마음을 마음껏 주며 보내고 있다. 얼마 전 체험학습을 다녀와 사진을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작년 아이들과 올해 아이들이 섞여 있는 장면에서 사진은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의 얼굴에만 선명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지난 아이들을 그리워하느라 눈앞의 아이들을 놓칠까 봐 걱정했던 마음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헤어짐을 미리 두려워하기보다, 훗날 해주지 못한 것을 탓하며 아쉬워하지 않도록 오늘에 최선을 다한다. 다가오는 학년말에도 어김없이 눈물을 훔치겠지만 더 이상 서글프지는 않다. 또다시 예쁜 아이들을 맞이하고, 늘 최선을 다할 내가 교단에 있을 거라는 사실을 이제는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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