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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초거대AI연구센터장 |
그동안 전 세계를 열광케 한 챗GPT를 비롯한 대형언어모델(LLM)의 본질은 디지털 가상 세계에 갇혀 텍스트와 이미지를 뱉어내는 소프트웨어적 지능이었다. 그러나 젠슨 황이 이번 방한을 전후로 거듭 천명한 AI 혁명의 두 번째 챕터는 물리적 법칙이 지배하는 현실 세계에서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며 움직이는 실체적 지능, 즉 피지컬 AI다. 스마트 팩토리 안에서 수천 개의 변수를 실시간 제어하며 공정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로봇, 복잡한 도심을 뚫고 완벽하게 주행하는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 물리적 세계를 직접 통제하는 기술이 미래 산업의 표준이 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젠슨 황이 한국의 대기업 연구소부터 대학, 스타트업까지 샅샅이 훑으며 파트너십을 구애한 이유는 분명하다. 피지컬 AI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인공지능 연산 능력(뇌)만큼이나, 정밀한 기계 제어 기술과 함께 제조 공정상에 쌓인 데이터 그리고, 대규모 양산이 가능한 하드웨어 제조 인프라(육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의 빅테크 주도권은 미국이 쥐고 있으나, 그들에게는 인공지능의 육체를 대량으로 찍어낼 첨단 제조 기반이 부족하다. 반면 대한민국은 AI 연산의 병목을 뚫어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독점 공급하는 반도체 강국이자 자동차, 조선, 이차전지, 정밀화학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포트폴리오를 갖춘 제조 강국이다. 천재적인 설계도와 두뇌를 가졌을지라도, 이를 오차 없는 물리적 실체로 구현해 줄 우리의 제조 인프라 없이는 피지컬 AI의 완성은 불가능하다. 중국이 세계적인 제조업 공장일지라도 제조 데이터의 해외 반출이 불가능함에 따라 미국 기업이 이를 이용하기에 곤란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그러나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우리가 가진 하드웨어 제조 역량에만 취해 있다가는, 글로벌 AI 거인들의 첨단 하청기지로 전락할 위험도 존재한다. 피지컬 AI 시대의 진정한 주도권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을 넘어, 현장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물리 데이터를 지배하는 것에 달려 있다. 공장 라인의 미세한 진동, 수많은 센서의 시계열 데이터, 오차율을 기록한 이미지 등 현장의 아날로그적 노하우를 인공지능이 소화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으로 치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선제적 데이터 연결 전략이 요구된다. 일례로, KISTI가 보유한 국가적 연구데이터 플랫폼인 DataON과 같이 제조 현장의 정제되지 않은 원시 데이터를 AI 모델이 즉시 학습할 수 있는 AI-Ready 데이터로 신속히 변환·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야말로 성패를 가를 핵심 기반이다.
젠슨 황의 방한은 우리에게 던져진 도전장이자 기회이다.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의 AI 패권 1라운드는 미국의 빅테크들이 압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현실의 중력을 견디며 물리적 노동을 대체하는 2라운드, 즉 피지컬 AI 시대의 승부는 이제 막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그 무대의 마스터키인 '제조업 DNA'가 바로 우리에게 있다. 과거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다시 IT 강국으로 도약했던 저력을 되살릴 때다. 세계 최고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 위에 고도화된 AI 모델과 데이터 고속도로를 결합해, 다가오는 피지컬 AI 생태계의 새로운 질서를 우리가 직접 설계하고 주도해 나가야 한다. /이경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초거대AI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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