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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범정 태평양노무법인 대전지사 대표노무사 |
지역의 중소기업과 공공기관 자문을 다니다 보면, 요즘 부쩍 "우리 회사도 AI를 도입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만큼 변화의 체감 속도가 빠르다는 뜻일 것이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낯설지 않다. 벌써 'AI가 대체할 직업 목록'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자료가 인터넷을 떠돌고, 그때마다 청년들의 불안도 함께 커지는 듯하다. 그러나 노동 현장을 오래 지켜본 필자는 이 우려에 조심스럽게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물론 생성형 AI의 영향으로 일부 직무가 축소되거나 사라질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기계화와 자동화가 새롭게 등장할 때마다 '노동의 종말'이 예고되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기술은 기존의 일을 대체하는 동시에 부품, 정유, 정비, 유통 같은 여러 분야에서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중소기업의 인사·총무 업무에서도 변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담당자가 상당한 시간을 들여 출퇴근 기록을 확인하고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하거나 각종 인사자료와 문서를 직접 작성했다면, 이제는 근태관리 프로그램과 AI가 상당 부분을 대신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근로자의 지각이나 결근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저성과의 원인이 개인의 능력 부족인지 업무배치나 조직관리의 문제인지, 징계가 과연 적정한지를 판단하는 일까지 AI에 맡길 수는 없다.
이처럼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줄어들더라도 사람의 사정을 살피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오히려 AI 시대에는 이러한 경험과 판단, 소통의 능력이 노동의 새로운 가치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AI 시대 노동의 핵심 과제는 자동화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변화 속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알고리즘의 책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기본법도 이 지점을 겨냥한다. AI가 채용, 평가, 징계처럼 처우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쓰일 경우 판단 근거를 설명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 최종 결정은 사람이 내리도록 하는 원칙이 그 핵심이다.
AI는 분명 생산성과 편의를 비약적으로 높일 것이다. 위험한 작업은 로봇이 대신하고,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며, 장애인과 고령자의 일상을 돕는 기술도 함께 발전할 것이다.
동시에 그늘도 따라온다.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특정 사람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정교해진 가짜 영상과 음성은 사기와 허위정보에 악용될 수 있다. 공장 설비와 자동차, 의료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해킹이 실제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커지고 있다.
앞서 말한 인공지능기본법이 2026년부터 시행되는 것도,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신뢰성과 투명성을 함께 살피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기술을 빠르게 만드는 일 못지않게, 그것을 안전하게 쓰는 기준을 세우는 일도 중요하다. AI 시대의 노동은 결국 기계가 내놓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답을 이해하고,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그 결과를 사람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다듬어가는 데 있다.
기계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마지막까지 묻고 확인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한, 노동의 가치는 AI 시대에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제자리를 지켜낼 것이다.
결국 기술이 아무리 앞서가도, 그 뒤를 따라가며 사람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박범정 태평양노무법인 대전지사 대표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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