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빈 교실은 느는데, 장애학생은 배울 교실이 없다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민주평통 대통령자문위원

방원기 기자

방원기 기자

  • 승인 2026-08-25 14:17

신문게재 2026-08-26 19면

민병찬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저출생으로 학생 수가 줄면서 대전의 일반 학교에도 빈 교실이 늘고 있다. 한쪽에는 사용하지 않는 교실이 남고, 다른 한쪽에는 배울 교실이 부족하다. 공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교육행정이 변화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 학생의 교육은 국가가 여건이 될 때 제공하는 복지서비스가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며,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할 공교육의 영역이다. 장애를 이유로 입학을 기다리게 하거나 먼 학교로 장시간 통학하게 만드는 현실은 행정상의 불편을 넘어 교육권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대전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등록장애인은 7만 1212명이며, 이 가운데 18세 미만은 2766명이다. 특히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가 2140명으로 18세 미만 등록장애인의 77.4%를 차지한다. 현재 대전에는 6개의 특수학교가 있으며 재학생은 약 1185명이다. 그러나 학교 전체 학생 수보다 중요한 것은 학년별·장애 유형별로 실제 입학할 자리가 있느냐는 점이다. 2026년 기준 대전가원학교 중학교 과정은 11학급 66명으로 법정 학급당 기준을 적용할 때 이미 정원이 찼다. 대전혜광학교 중학교 과정도 11학급 65명으로 사실상 포화 상태다.

저출생이 곧 특수교육 수요의 감소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장애와 특별한 교육적 요구는 출생 당시 모두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취학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대전시 장애인 실태조사에서도 장애가 만 1세 이후 발견된 비율이 80%를 넘었다. 출생아 수만 보고 특수교육 수요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한다면 필요한 교실과 교원을 뒤늦게 확보하는 잘못을 되풀이하게 된다.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먼저 대전교육청은 일반 학교의 유휴 교실과 과소 사용 공간을 권역별로 전수조사해야 한다. 이후 장애 학생이 많이 거주하거나 특수학교 입학 경쟁이 심한 지역부터 유휴 교실을 특수학급과 소규모 특수교육 거점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기존 학교를 활용하면 새로운 부지를 확보해 학교를 짓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훨씬 빠르게 교육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빈 교실에 책상 몇 개를 놓는다고 특수교육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승강기와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 안전시설, 감각 안정실과 개별학습 공간을 갖춰야 한다. 장애 학생을 일반 학교 건물 안에 배치해 놓고 필요한 인력과 시설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통합교육이 아니라 공간만 내어준 방치에 가깝다.

교육예산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학생 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학교와 학급, 예산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반 학생 감소로 생긴 시설과 재정의 여력을 특수교육과 돌봄처럼 수요가 커지는 분야로 옮겨야 한다. 특수교육예산 확대는 특정 학생에게 주는 특혜가 아니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함으로써 실질적인 교육 평등을 실현하는 일이다. 교육 당국은 학교별 학급 수와 배치 가능 인원, 입학 신청자와 미배치 인원, 학생들의 평균 통학시간을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출생아 수뿐 아니라 장애 발견 시기, 학년 진학, 장애 유형과 거주지역을 반영한 중장기 수요 예측도 필요하다. 그래야 "자리가 있다"는 행정의 설명과 "갈 학교가 없다"는 학부모의 절박함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줄일 수 있다.



새로운 특수학교 설립은 필요하다. 그러나 몇 년 뒤 개교할 학교만 기다리며 지금 입학해야 할 학생들에게 참으라고 해서는 안 된다. 한 아이에게 3년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성장과 발달을 좌우하는 결정적 시기다. 장기적으로 특수학교를 확충하되, 당장 일반 학교의 유휴 교실을 리모델링 하고 특수학급과 권역별 거점학급을 늘리는 일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빈 교실과 교실 없는 아이가 같은 도시에 존재한다면 이는 공간 부족이 아니라 정책 선택의 문제다. 저출생 시대의 교육정책은 학교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남는 공간과 예산을 누구에게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은 이제 답해야 한다. 비어 가는 교실을 그대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장애 학생이 배울 수 있는 교실로 다시 열 것인가.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민주평통 대통령자문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