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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군사관학교 공청회, 과연 백년대계를 논의할 준비가 되었는가

정한용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이현제 기자

이현제 기자

  • 승인 2026-08-3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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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용 교수
지난 8월 26일 국방부가 주관한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 참석했다. 나는 플로어 토론자로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공청회를 지켜본 소감은 의외로 간단했다.

국군사관학교 창설이라는 거대한 정책목표와 이를 뒷받침한다는 논리와 수단 사이에 충분한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제시한 통합의 명분은 합동성 강화, 미래전 대비, 우수 생도와 교수진 확보, 교육 효율성 향상, 그리고 사관학교 시설 노후화 등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왜 반드시 사관학교를 물리적으로 하나로 통합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시설이 노후화되었고 매트리스가 낡았다는 식의 논리가 국가의 최후 보루인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 개혁의 핵심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시설은 고치면 된다. 교육과정은 개편하면 된다. 교수진은 경쟁을 통해 확보하면 된다. 합동성은 공동교육과 합동훈련, 인사제도와 지휘체계를 통해 강화할 수 있다.



문제는 '무엇을 개혁할 것인가'이지, '무엇을 합칠 것인가'가 아니다.

공청회에서 찬성 측 패널은 미국의 골드워터-니콜스법을 언급하며 미국도 사관학교의 통합을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골드워터-니콜스법의 핵심은 사관학교를 통합한 것이 아니었다.

1986년 제정된 이 법은 합참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고, 합동교육과 합동근무, 합동 인사체계를 강화함으로써 군의 합동성을 높였다. 다시 말해 미국은 사관학교를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하드웨어보다 합동성을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를 강화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법이 40년 가까이 미국 군사개혁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화당의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윌리엄 니콜스 하원의원이 주도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나는 공청회에서 이 점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취지로 말했다.

"골드워터-니콜스법이 미국 군사개혁의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는 것도 국가안보 문제를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파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초당적 국가전략의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장교양성체계와 국방 문제만큼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군사전문가와 교육전문가, 현역과 예비역, 국민이 함께 실질적으로 검증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의 장교양성체계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여당이 단독으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사관학교 통합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고, 결국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저항과 좌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공청회에서 역사적 사실조차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통합의 논거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한 패널은 클라크 장군이 통합사관학교를 언급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지만, 공청회 이후 그것이 클라크 장군이 아니라 테일러 장군의 발언이었다며 나에게 직접 정정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이 장면에서 오히려 중요한 문제를 보았다.

대한민국 장교교육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정책이라면 최소한 역사적 사실과 근거, 맥락부터 철저하게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군 사관학교의 역사를 이야기하려면 테일러 장군이 아니고 밴 플리트 장군의 역할을 언급해야 한다. 밴 플리트 장군은 한국군의 전문 장교 양성을 위해 사관학교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육사의 재건과 태릉 복귀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1955년 화랑대로 복귀한 육사 11기 졸업식에서 태릉 일대를 서울 방어의 '골든 라인(Golden Line)'이라고 평가한 것도 그였다.

태릉과 화랑대는 단순한 학교 부지가 아니다. 국군 최초 부대인 제1연대가 창설된 곳이고, 조선경비사관학교와 육사가 자리했던 국군의 발상지다. 6·25전쟁 당시에는 생도들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여 245명이 전사했으며, 서울 방어와도 직결된 공간이었다.

따라서 사관학교 개혁은 역사와 전통을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그 위에 미래를 쌓는 방식이어야 한다.

더욱이 지금 세계 최고의 합동성과 미래전 역량을 추구하는 미국의 사관학교 개혁 방향을 보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사관학교를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대신 교육과정이 실제 전투원(Warfighter) 양성에 도움이 되는가를 중심으로 교육체계를 점검하고 있으며 민간교수 종신재직권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사관학교 내 민간교수를 60% 늘리고, 1·2학년은 공통교육을 하고 3·4학년부터 각 군 교육을 실시하는 방식이 과연 미래전에서 필요한 장교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문성이 없는 합동성은 존재할 수 없다. 전문성 → 협동성 → 합동성 → 연합성으로 발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공청회에서 정책의 책임과 검증장치를 물었다.

통합하면 우수 생도와 우수 교수진을 확보하고, 합동성이 강화되며 교육효율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인가, 아니면 정책적 기대효과인가?

통합 이후 생도 지원율, 중도퇴교율, 교수 확보율, 교육성과, 각 군 전문성을 몇 년 후 평가할 것인가? 만약 우수 생도와 교수진이 감소하고 각 군 전문성이 약화된다면 누가 어떻게 그 책임을 질 것인가?

국가의 장교양성체계를 한번 바꾸는데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지만, 그것을 되돌리는 데에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렇다면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먼저 시행한 뒤 나중에 평가하는 방식이 과연 국가안보 분야에서 책임 있는 정책인가.

국군사관학교 문제는 어느 지역에 학교를 둘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떤 장교를 길러낼 것인가, 어떤 군을 만들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따라서 국가안보의 백년대계를 정치적 속도가 아니라 군사적 전문성과 국민적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

이번 공청회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한용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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