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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수 행정부지사의 겸손의 핵심은 상대편에 대한 배려다. 사진 제공=김용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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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용 교 前 충남도정책기획관 前 아산시 부 시 장 |
나는 아산시에서 4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이명수 전 의원이 충남도청에서 행정부지사로 근무할 때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직속 상사로 모신 인연이 있다. 그리고, 20년 넘게 함께 생활해온 이명수 전 의원을 나는 감히 ‘겸손왕’으로 부르고 싶다.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다.
<겸손한 사람은>
· 자신의 능력과 성격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고, 존중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할 줄 안다.
· 자신의 견해를 실제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다른 사람을 더 낫게 여긴다.
· 자신의 약점을 기꺼이 인정하는 태도를 갖추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유학과(儒學科)는 논어·맹자·대학·중용, 시경·서경·주역을 사서삼경이라 하면서 필수과목이다. 이 중 변화의 원리로 미래를 예측하는 「주역」의 64괘 중 겸괘(謙卦)는 총체적으로 우리에게 겸손함을 요구하고 있다.
겸괘의 효를 풀이한 6개의 효사에는 "모두가 길(吉)하고 불리(不利)함이 없다"고 나와 있다. 즉 겸손한 것은 불리하거나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몇 가지 효사를 보면 "이름이 나도 겸양하도다. 겸양함에도 이름이 나도다. 이를 그대로 지키면 길(吉)하리라",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명성을 얻더라도 겸손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겸손해야만 무슨 일을 하든지 길하고 이롭다. 겸괘는 노자가 말한 것처럼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극복하고 낮은 것으로 높은 것을 이기는 사상을 반영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명수(李明洙)는 충남 아산 출신이다. 성균관대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충남도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였다. 내가 7급으로 도청 지방과 기획예산계에 근무할 때 이명수 사무관은 사회과 아동계장이었다. 적당한 체구에 얼굴은 미남이었고 음성은 나지막한 데다 말수가 적었다.
첫인상 중에는 눈빛이 강렬하게 느껴졌고, 업무 관련성을 떠나 누구와도 접촉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도청 공무원들에게 개인별로 주어지는 업무수첩의 표지 다음 장에는 "무거운 입, 뜨거운 가슴, 뛰는 발"이라고 써놓기도 하였다.
이명수는 몇 군데 계장을 거친 후에 도청 법무담당관(과장급)으로 승진되었고 심대평 관선 지사 때 충남도의 장기 비전을 설계하고 선이 굵은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자 ‘개발담당관실’을 신설하면서 초대 개발담당관으로 임명되었다.
개발담당관으로 부임하여 서해안 지역에 서강대 캠퍼스 유치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충남도가 직접 보령댐을 건설하는 심 지사의 야심찬 프로젝트 추진의 실무적 뒷받침을 하였고, 백제문화권 종합개발사업 추진기틀 마련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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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수 부지사는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여주며 끝까지 경청하고 남의 과실을 말하지 않는다. 사진 제공=김용교 |
이를테면 도청에서 과장이 되면 밑에 직원들이 명패를 제작하여 집무실 책상 위에 부착시켜 놓는다. 이 관행은 도청의 실국장, 부지사, 도지사, 시군의 부시장, 부군수, 시장 군수가 새로 부임하거나 취임하여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전국적 현상이었다.
그런데 이명수는 명패를 부착해놓으면 바로 떼어냈다. 그러다 보니 집무실 책상이 밋밋해 보이기도 했다. 개발담당관 때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다.
정책실장, 기획정보실장, 행정부지사로 승진하여 부임할 때에도 직원들이 명패를 부착시켜 놓으면 바로 떼어냈다. 그렇다고 그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다. 공무원은 ‘명예’를 먹고 산다고 한다. 돈 욕심이 적은 사람도 명예욕은 있다.
직위의 명패는 명예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명수는 이를 마다했다. 왜였을까? 나는 짐작해본다. ‘공무원 조직이 계층제 원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계급과 직위를 부여하고 있지만 우리는 한 팀이고 한 식구 아니냐. 위·아래 따지지 말고, 상사라 하여 어려워하지도 말고, 일을 착실하게 추진하여 조직목표를 달성하자’는데 방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이명수에게 결재를 받으러 가면 집무실 책상 의자에 앉아서 결재하는 법이 없다. 그 누구든 이명수 방에 들어가면 이명수가 서서 먼저 인사를 하고, 보고자·결재자 대등한 관계로 똑같이 서서 결재를 한다.
외부 손님이 방문했을 때나 응접 쇼파에 앉아 손님을 모실 뿐 공무원과의 대화나 결재는 가급적 서서 진행한다. 단둘이든, 여럿이 모인 자리든 이명수의 이 같은 처신에 감동되어 칭찬을 하게 되면 계면쩍어하고 쑥스러워한다.
그러한 성품이다 보니 좋은 일 하고 이에 대한 생색을 내지 않는다. 나누고 베푼 것으로 끝나고 더 이상 말이 없다. 오른손이 주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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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수 부지사 리더십의 특장은 솔선수범이다. 사진 제공=김용교 |
출입문을 열고 나갈 때도, 앞으로 걸어갈 때도 부하직원을 앞세우고 자기는 뒤에 간다. 도지사께서 보고 받으면 흐뭇해할 사항이라면 업무담당 부하직원으로 하여금 도지사와 대면 보고케 하여 사기를 높여준다. 반면 걱정 들을 내용이라면 자기가 앞장서서 도지사께 설명 드리고 이해를 구한다.
이명수는 말수가 적다. 군더더기 말,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상대방 열 마디 할 때 한마디로 정리하고 만다. 몰라서가 아니다. 백을 알면서도 열만 드러낸다. 지시사항도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며 한두 줄로 요약하여 당부하고 마무리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부하직원에게 심적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여주기 위한 배려요, 또 하나는 아랫사람에게 재량의 범위를 넓혀줘 창발적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 보라는 배려로 이해되었다.
이명수는 주민들의 말을 끝까지 경청한다. 듣기 위주이지 말하기 위주가 아니다. 8할 듣고 2할 말한다. 중간에 말을 끊거나 끼어들지 않는다. 인내심이 참으로 대단하다. 주민들이나 민원인들은 한 말을 또 하고 또 되풀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짜증 내거나 표정에 변함이 없다. "네, 알겠습니다. 알아보고 검토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하면서 대충 마무리하고 돌려보내는 것은 무례(無禮)로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식사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기다리다 보면 연락이 온다. "대화가 아직 끝나지 않아 늦어질 것 같으니 먼저 식사하시라"는 당부다.
(4) 이명수는 남의 과실(過失)을 말하지 않는다
살면서 말처럼 소중한 것이 없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입술의 30초가 가슴에 30년이 간다", "총상은 나을 수 있지만 혀로 입은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등 말에 대한 격언과 속담도 많다.
그만큼 비난을 받은 사람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고, 방어적 태도를 취하게 되며 원한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남을 비난하는 대신 역지사지로 상대방을 이해하도록 힘써야 되고, 섣불리 타인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고 인간의 도리인 것이다.
‘남의 과실을 말하지 않는 계문은 지키려고 노력을 해도 실천이 쉽지 않았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남의 과실을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건만 소모임 등에 참석해서 대화하다 보면 뒷담화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였다. 실로 부끄러운 일이고 나이 값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수(李明洙)는 달랐다.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교류해오고 있지만 좀처럼 남의 과실을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다고 속조차 없지는 않을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수행력(修行力)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두터운 내공(內功)이요, 공력(功力)이 쌓였기에 삶에서 실천해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남의 과실을 말하지 않는 이명수의 수행력 속에는 "남의 허물을 들춰내는 뒷담화를 한다면 언젠가는 본인 귀에 들어갈 것이고 이때 당사자가 입을 마음의 상처를 늘 염두에 두고 생활하는 것" 같기도 하다.
김 용 교(前 충남도정책기획관/前 아산시 부 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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