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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주영 국제세팍타크로연맹 부회장 |
회원종목단체장 중에는 소위 '착한 6선'이라는 종목도 있고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 내부 눈치를 보며 지속적 연임으로 눌러앉은 단체들도 존재한다.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한 종목 수장을 수십 년간 역임하는 것을 대단한 자랑으로 여기는 풍토마저 목격된다. 축협회장 역시 과거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예외적 연임 심사라는 통로를 거쳐 다선 체제를 이어왔다. 바로 이 예외적 심의가 장기 집권의 든든한 우산 역할을 해온 셈이다. 이처럼 누적된 불통과 장기 집권의 피로감이 한계에 달하면서 거센 변화의 요구가 터져 나왔고, 마침내 FIFA까지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직접 들여다보는 엄중한 국면으로 치닫고 말았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분명 장기 집권이 문제라는 공감대였다.
그렇다면 연임까지만 허용하고 빗장을 걸어 잠그면 장기 집권은 애초에 원천 차단될 일인데 엉뚱하게도 선거인단을 늘리면 장기 집권을 막을 수 있다는 대안이 제기됐다. 민의를 폭넓게 반영하겠다는 선의의 시도였으나 이것이 과연 근본적인 해법일까? 만약 연임 제한만 두면 원하지 않는 사람이 당선될 수 있다는 우려로 선거인단을 늘린다 치자. 그렇다면 그렇게 공들여 늘려놓은 선거인단을 거쳤음에도 막상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오히려 확대된 인원 뒤에 숨어버리게 되는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장기 집권이라는 본질적인 과제를 두고 선거인단 숫자나 만지작거리는 것은 문제의 맥을 완전히 짚지 못한 격이다. 체육계 행정의 엇박자는 이 지점에서 정점에 달한다.
대한체육회장은 분명 연임까지만 허용하겠다며 제도의 빗장을 걸어 잠갔음에도 정작 산하 단체들의 "이 회장 아니면 후원이 끊긴다",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아우성과 민원에 쉽게 흔들렸다. 결국 이를 핑계 삼아 정관에 예외 조항이라는 우회로를 터놓고는 스스로 연임 제한 제도의 순수성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시선을 지방 체육회로 돌리면 이중 잣대는 더욱 선명해진다.
얼마 전 3선 승인이 줄줄이 난 이들은 당당히 11년 수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 집권은 만악의 근원"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은 어째서 지방 체육회장들의 장기 집권에는 이토록 무심할 수 있는 것인가. 성공적인 장기 집권이면 예외로 인정해 주겠다는 식의 편리한 이중 잣대가 아닐 수 없다.
중앙 무대의 선거 규정을 바꿀 때는 민의 반영을 위해 대규모 확대를 외치던 이들이 정작 수백억 원의 시민 세금을 사용하는 코앞의 지방 체육회장 선거는 여전히 소수 대의원의 밀실 구조로 방치하고 있는 현실도 마찬가지다. 물론 일선 종목 단체는 회장의 사재에 의존하고 비인기 종목은 적임자가 없어 장기 집권을 감안하는 현실적 측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 사람이 자리를 오래 굳히고 앉아 있는 구조 속에서 신진 인재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아이러니가 반복된다. 반면 예산의 거의 전부를 지방정부 공적 재원에 기대는 지방 체육회는 성격이 다르다.
부족한 재정을 사재로 채우니 장기 집권이 필요하다는 현실론도 나오지만 공공성을 지향한다면 개인의 후원을 방패 삼아 장기 집권을 묵인하는 행태는 재고되어야 한다. 회장들의 재정적 기여를 예우하고 싶다면 안정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공공의 외주화를 막는 것이 순리다.
결국 이번 혼란은 체육계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근본적인 모순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했다. 선거인단 숫자나 만지작거리는 미봉책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지방의 뿌리는 기득권들이 봉사라는 고상한 미명 하에 틀어막고 있으면서 그 위에서 피어난 상위 단체의 꽃들만 아름답게 가꾸겠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제는 냉정하게 방향을 재설정해야 하고 예외 없는 연임 제한이라는 명확한 원칙 아래 순환의 그라운드를 만들어야 한다. 체육계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체제 개혁이 절실하다. /오주영 세계세팍타크로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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