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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섬비엔날레, 세계를 향한 문화의 플랫폼

허진권 섬비엔날레이사(Onsite Artist)

심효준 기자

심효준 기자

  • 승인 2026-09-14 14:15

신문게재 2026-09-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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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 섬비엔날레 이사
"섬 비엔날레가 뭐다나?", "그림이 섬에 무슨 상관이 있다나?"

제1회 섬비엔날레를 준비하는 동안 현장에서 종종 들었던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반응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이 지금 섬마을 주민들이 비엔날레를 바라보는 가장 솔직한 현장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섬마을의 어르신들은 미술관은커녕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팔던 장식용 그림조차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 농사와 어업을 생업으로 살아간다. 해가 뜨면 일터로 나가고, 해가 지면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기 바쁘다. TV나 인터넷을 통해 미술에 대한 소식을 접할 여유조차 없다. 이와 같은 생활을 하는 주민들에게 섬비엔날레가 낯선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출향한 자녀가 고향에 내려와 "우리 고향에서 아주 좋은 행사가 열린다더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거나, 조직위원회의 홍보를 통해 조금씩 소식을 접하면서 비로소 관심 갖게 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제1회 섬비엔날레가 2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원산도와 고대도에서 시작될 이 비엔날레를 바라보는 나의 감회는 남다르다. 나는 섬비엔날레의 주무 미술관이 건립되는 원산도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지금은 '삶이 곧 예술이다 PEACE쓰기'를 실천하는 Onsite Artist이자 조직위원회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어린 시절 원산도의 바다와 바람, 어부들의 노동, 갯벌과 해안, 섬사람들의 삶은 나에게 하나의 거대한 예술 공간이었다. 지금 내가 장소의 흔적을 작품으로 만드는 Onsite Artist로 활동하는 것도 이러한 섬의 기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내가 해온 작업들은 혈육이나 가까운 지인들조차 이해보다는 "도대체 저것을 왜 하는가"라는 걱정을 듣는 편이다. 그런데 비엔날레라는 이름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니, 그동안 낯설었던 나의 작업도 조금은 쉽게 다가가는 것 같다.

이것이 바로 비엔날레가 가져온 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제1회 행사를 성공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행사가 끝난 뒤 무엇을 남길 것인가이다.

무엇보다 우선될 것은 국제적으로 손색없는 작가들의 작품을 초청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작품을 한 번 보고 끝내는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후속 전시와 교육, 레지던시, 주민 참여 프로그램, 예술을 통한 해양관광산업 등 지속적인 기획과 운영이 필요하다. 좋은 작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를 이어갈 기획력과 경영 마인드다.



특히 원산도는 섬비엔날레의 중요한 거점임에도 현재는 해저터널과 원산안면대교를 따라 스쳐 지나가는 통로에 가깝다. 반면, 고대도는 배편이 유일한 교통수단이고 칼 귀츨라프 선교사 기념관 등 관람할 것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루쯤 머물 가능성이 있다. 원산도도 이처럼 '지나가는 섬'에서 '머무는 섬'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 원산도에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카페와 식당들이 몇 곳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을 곳곳을 걸으며 보고, 먹고, 쉬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과 콘텐츠가 필요하다.

나는 그 해답 가운데 하나가 '섬 전체 미술관화'라고 생각한다. 비엔날레가 끝난 뒤에도 미술관을 그대로 활용하고, 마을의 빈집이나 창고 등을 섭외해 실험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레지던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겠다. 주민의 집과 골목, 창고, 해변과 방파제까지 섬의 일상적인 공간이 작품의 무대가 될 수 있다. 그러면 미술관에 작품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섬을 걸으며 작품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변한다면 그때 "그림이 섬에 무슨 상관이 있다나?"라는 말도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예술을 모르던 사람들이 예술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풍경 속에서 예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미술관을 찾아 섬에 가는 것이 아니라 섬에 갔더니 그 자체가 미술관이요 주민들의 삶 자체가 예술인 것. 이것이 섬비엔날레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제1회 섬비엔날레의 성공은 관람객 숫자만으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주민들이 비엔날레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섬 곳곳에서 예술이 살아 움직이며,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머무는 섬이 된다면 그것이 진정한 성공일 것이다.

비엔날레는 몇 달간 열리는 행사가 아니라 섬의 미래를 바꾸는 긴 실험이어야 한다.

그 실험이 지속된다면, 제2회 비엔날레를 맞는 섬은 제1회 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반길 것이다. 이제 섬비엔날레는 세계를 향한 문화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섬이 미술관이 되고, 삶이 예술이 되는 섬.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섬비엔날레가 아닐까./허진권 섬비엔날레이사(Onsit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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