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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신화읽기] 제27장-교촌동 칠성당지석묘군, 북두칠성에 올리는 기도

한소민/배재대 강사, 지역문화스토리텔링연구소 소장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6-09-28 13:59

대전 교촌동의 '칠성당이' 고인돌은 북두칠성을 닮은 형태를 통해 죽은 이를 기리는 무덤을 넘어 마을의 안녕과 새 생명을 기원하는 신성한 기도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북두칠성을 인간의 수명과 복을 관장하는 존재로 섬기며, 아이의 탄생을 비는 정화수부터 장례 의식의 칠성판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 과정에서 칠성 신앙을 이어왔습니다. 이는 땅 위의 돌과 하늘의 별을 연결하여 죽음의 공간조차 삶의 간절한 소망을 품는 자리로 변화시켜 온 우리 민족의 오랜 믿음을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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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유성구 교촌동 칠성당지석묘군 사진=한소민 소장


대전시 유성구 교촌동 마을 언덕에는 북두칠성을 닮았대서 '칠성당이'라 불리는 일곱 기의 고인돌이 있습니다. 1m에서 7m까지 다양한 크기의 고인돌들이 서로 간격을 두고 모여 있지요. 청동기시대 무덤이지만 언제부턴가 이곳은 마을 사람들의 기도터가 되었습니다. 치성을 드려 아이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칠석날이면 마을의 안녕을 비는 당제도 지냈다지요. 아주 먼 옛날 죽은 이를 묻었던 곳이 오랜 세월을 지나 살아 있는 사람들의 소원을 품는 자리가 된 것입니다.



인근의 또 다른 고인돌에서도 북두칠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정동 한우물마을 고인돌에는 북두칠성을 닮은 바위구멍이 있고, 대덕구 비래동 2호 고인돌의 덮개돌 위의 여러 홈에서도 일곱 개의 별자리를 찾아볼 수 있지요. '성혈' 또는 '알구멍'이라 불리는 흔적으로 그 배열을 별자리와 관련짓기도 하지요. 어쩌면 옛사람들은 일곱 기의 고인돌을 북두칠성처럼 바라보기도 하고, 돌 위에 새겨진 일곱 홈에서 별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별에 깃든 신성함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조상들에게 북두칠성은 밤길을 밝히는 별만은 아니었습니다. 사람의 수명과 복을 보살피는 칠성님이었지요. 별빛 아래에서 장독대에 정화수 한 그릇을 떠 놓고 아이를 점지해 달라고 빌고, 아이가 태어나면 오래도록 무탈하게 살게 해 달라고 다시 정성을 드렸습니다. 칠성은 비와 수명, 복을 관장하는 신으로 여겨졌고, 이러한 믿음은 불교와도 어우러져 절집의 칠성각이 생기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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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당지석묘군 전체 전경으로 왼쪽이 국자 머리 부분이며 오른쪽 작은 돌들이 손잡이 부분이다. 사진=한소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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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칠성의 국자 머리 부분 사진=한소민 소장
그런 마음을 잘 보여 주는 이야기가 매화부인과 일곱 아들의 이야기인 '칠성풀이'입니다. 매화부인은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자 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렸고, 마침내 일곱 아들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남편 칠성님과 헤어지면서 홀로 아이들을 키우게 되지요. 아버지 없이 자란 일곱 형제는 주변의 놀림을 받으며 자라다가 자신들의 아버지를 찾아 나섭니다. 어렵게 아버지를 만나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던 옥녀부인이 병든 척하며, 자신의 병을 고치려면 일곱 형제의 간을 먹어야 한다고 한 것이지요.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인 형제들은 금사슴의 도움으로 살아남고, 마침내 옥녀부인의 거짓도 드러납니다. 이후 일곱 형제는 아버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되살립니다. 여러 시련 끝에 가족을 다시 만난 형제들은 마침내 하늘로 올라가 북두칠성이 되고, 사람들의 수명과 복을 보살피는 존재가 됩니다.

『삼국지연의』에도 등장하는 관로 이야기에서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젊은이가 산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남두와 북두를 찾아가 술과 음식을 대접합니다. 두 별의 신은 젊은이의 정성에 마음이 움직여 이미 정해진 수명을 고쳐 목숨을 더 이어가게 해 주지요. 남두는 삶을, 북두는 죽음을 맡는다고 여겼던 옛사람들의 생각이 담긴 이야기로, 사람의 수명과 운명까지 하늘의 별이 관장한다는 동아시아의 오래된 믿음을 잘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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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대덕구 비래동 2호 고인돌 사진=한소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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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래동 2호 고인돌에 새겨진 북두칠성 사진=한소민 소장
북두칠성은 삶의 마지막 길에도 함께했습니다. 전통 장례에서 관 안에 넣던 칠성판에는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일곱 구멍을 뚫었습니다. 아이를 얻고 싶을 때 바라보던 별, 태어난 아이가 오래 살기를 빌던 별을 세상을 떠나는 이의 곁에도 놓았던 것입니다. 칠성은 탄생과 장수를 지켜 주는 별이면서 마지막 길까지 함께하는 별이었던 셈이지요.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죽은 이를 위한 무덤은 새 생명과 마을의 안녕을 비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죽음을 품었던 돌 앞에서 사람들은 다시 생명을 기다렸고, 땅 위에 놓인 일곱 돌을 바라보며 머나먼 하늘의 일곱 별을 떠올렸을지요. 그렇게 칠성당이에는 죽은 이와 살아 있는 이, 땅의 돌과 하늘의 별, 떠나보내는 마음과 다시 맞이하려는 소망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돌들을 지나온 바람이 솔숲 사이로 불어옵니다. 기분 좋은 초가을 바람이네요.

한소민/배재대 강사, 지역문화스토리텔링연구소 소장

한소민-최종
한소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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