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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조 세종교육회의 공동대표 |
현재 우리 법의 한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동주택 관리법' 제20조의2는 공동주택 입주자 등이 발코니와 화장실 등 세대 내 흡연으로 다른 입주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해 주민은 관리주체에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고 관리주체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흡연 중단을 권고할 수 있다. 해당 입주자는 그 권고에 협조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노력', '권고', '협조'는 있지만 반복적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실질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다. 결국 피해 주민과 관리사무소 모두 답답할 수밖에 없다.
"자기 집에서 담배도 못 피우느냐." 일리가 있는 문제 제기다. 개인의 주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제한 개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자기 집에서 담배를 피울 자유가 있다고 해서 그 담배 연기를 이웃집까지 보낼 권리도 있는 것일까. 이렇게 질문하면 문제의 성격이 달라진다. 규제해야 할 대상을 '흡연'에서 '담배 연기의 침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해외 공동주택 제도에서 참고할 사례가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의 공동주택 관련 법제는 다른 세대나 공용부분의 사용과 향유를 불합리하게 방해하거나 위해를 일으키는 행위를 규율한다. 간접흡연 피해를 불편, 방해(nuisance)로 간주할 수 있고, 이웃 주민이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입으면 관리단에 신고하거나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도 공동주택 시행 규정에서는 소음뿐 아니라 냄새, 연기, 증기, 빛, 진동 등을 특정 '생활방해' 유형으로 규정해 이에 따라 입주민 권리 침해 시 관리단 또는 위원회를 통한 분쟁조정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핵심은 '담배를 피웠느냐'가 아니다. 그 행위가 다른 사람의 주거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가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다.
흔히 'APT 실내 흡연'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담배 연기는 위아래로만 이동하지 않는다. 옆집에서도 들어오고 베란다 창문을 통해서도 들어온다. 화장실 환풍구와 배관구, 복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동한다. 따라서 이를 단순히 'APT 실내 흡연'이라고 부르기보다 '공동주택 담배 연기 침입'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조례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담배 연기 침입이란 세대 또는 공동주택의 일정한 장소에서 발생한 담배 연기 등이 다른 세대 또는 공용부분으로 유입되어 다른 입주자의 건강 또는 평온한 주거생활을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흡연자의 사생활을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않으면서 비흡연자의 주거권도 보호할 수 있다.
담배 연기 문제만 따로 볼 필요도 없다. 공동주택에서는 층간소음, 진동, 담배 연기, 악취 등 다양한 생활 갈등이 발생한다. 우리 법은 이를 각각 다른 문제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 온타리오 사례처럼 이를 '공동주택 생활방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는 방안이다.
자기 집에서 생활할 자유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자유로 인해 발생한 소음이나 진동, 냄새와 담배 연기가 지속적으로 이웃의 집으로 넘어가 다른 사람의 평온한 생활을 침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공동주택은 벽 하나, 바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많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따라서 공동주택에서 권리는 자신의 현관문 안에서 완전히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담배 연기가 벽과 배관, 환기구를 넘어 이웃에게 영향을 미치는 순간 공동체의 문제가 된다.
흡연자의 자유와 비흡연자의 권리를 극단적으로 충돌시키지 않으면서도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방법은 있다. '흡연을 금지'가 아니라 '내 생활로 발생한 문제를 이웃에게 떠넘기지 않는 공동주택 문화와 제도'를 먼저 만들어 보자. 이 작은 변화가 공동주택의 오래된 갈등을 푸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최병조 세종교육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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