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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자 비엔날레 전시장에서 만난 최 우수상 독일 작가 데이비드 라우어 (사진=이인국 기자) |
접시나 항아리처럼 익숙한 생활 도구 대신 커다란 구조물이 공간을 차지하고, 유약은 표면을 장식하는 재료를 넘어 흙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대 도자 작품들이 이어진다.
18일 개막한 '2026 경기도자 비엔날레' 국제 공모전 현장에는 세계 77개국에서 출품된 1,397점이 두 차례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58점이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대상 GCB 1점을 비롯해 우수상 9점, 특별상 5점, GCB상 43점이 전시 공간을 채웠다.
■ 최고상 독일 작가의 2m짜리 '집'
이번 공모전에서 GCB 대상은 독일 작가 데이비드 라우어의 '펀치카드 하우스(Lochkartenhaus)'가 차지했다.
2025년 제작된 작품으로 높이가 2m를 넘는다. 석기와 유약, 러스터를 활용해 손으로 형태를 만들었다.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펀치카드 하우스'라는 이름처럼 작품은 집을 연상시키는 대형 구조를 갖췄다.
이 작품을 자세히 보면 건축적인 형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강렬한 색채와 흘러내린 유약의 흔적이 구조물 곳곳에 남아 있다.
그 흔적에는 작가가 처음부터 모두 계획한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가 라우어는 작업 과정에 어린 아들을 참여시켰다. 아이가 작품 위에 유약을 자유롭게 흘려 부었고,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색과 자국이 만들어졌다.
작가는 이를 지우거나 수정하기보다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정교하게 통제해야 할 것처럼 보이는 대형 도자 조형물에 놀이와 우연이 들어간 것이다.
작가 라우어가 작품을 통해 표현한 것도 이러한 대비와 연결된다. 무거운 구조와 가벼운 색채, 드러나는 부분과 사라지는 부분을 한 작품 안에 배치해 자유와 연약함을 표현했다.
심사위원단은 흙과 유약이라는 도예 특유의 재료적 성격이 드러나면서 대형 작품을 구현한 기술력과 작품의 메시지가 조화를 이룬 점을 주요하게 평가했다.
■ 대상 하나만 보면 놓치는 작품 57점
전시장에서는 대상작만큼이나 나머지 수상작들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대 도자의 범위를 보여준다.
GCB 우수상에는 한국 작가 곽윤지의 '잔존', 이은영의 '메타-바이오스피어'를 비롯해 러시아·투르크메니스탄, 홍콩, 튀르키예, 일본, 미국, 우크라이나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됐다.
특별상에는 한국 변지원의 '임시정원'을 비롯해 중국·홍콩·미국 작가들의 작품이 선정됐다. 작품마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재료의 중심에는 흙과 유약이 있다.
전통적인 도자 제작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조형과 설치, 추상적 표현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작품들이어서 '현대 도자'라는 장르가 어디까지 넓어졌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한국 작가와 해외 작가의 작품을 같은 공간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점도 국제 공모전 전시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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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자비엔날레 전시장 입구에서 독일 작가 '데이비드 라우어'가 어린이들과 도자체험 장면 (사진=이인국 기자) |
이번 전시에서 대상작을 둘러싼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작품의 제작 과정이다.
작가 라우어는 오픈 스튜디오와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과 만난다. 제작과 음악, 놀이, 대화를 결합한 작업 방식을 공개하고 관람객이 작가와 대화를 나누거나 창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완성된 작품 앞에서 감상하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어린 아들의 참여를 창작 과정에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 방식은 전시장에 놓인 결과물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작가의 생각을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도예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만들어진 결과물만이 아니라 흙을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과 변화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다.
■ 13차례 이어진 국제 공모전…세계 도자의 변화 한눈에
경기도자 비엔날레 국제 공모전은 올해 처음 만들어진 행사가 아니다.
2001년 시작해 2024년까지 13차례 개최됐으며 매회 70여 개국에서 약 1,500명의 작가가 참여해 수준 높은 전시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각국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도예의 새로운 흐름을 소개하고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국제 공모전으로 운영돼 왔다.
올해 역시 1,397점이라는 출품작 가운데 58점을 추려내면서 세계 현대 도자의 다양한 경향을 한 공간에 모았다.
77개국 1,050명이 참여한 2026 경기도자 비엔날레는 11월 1일까지 이천·광주·여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국제 공모전 수상작 58점은 이천 경기도자 미술관 제1·4전시실에서 내년 2월 14일까지 전시된다.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방법은 작품의 크기나 색채만 살펴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왜 이것을 도자라고 부르는가', '흙이라는 재료로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가',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흔적도 작품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작품마다 다른 답이 보인다.
이번 비엔날레의 국제 공모전이 보여주는 것은 새로운 도자 작품 58점만이 아니다.
오래된 흙이라는 재료가 조형예술로 확장되고, 작가의 통제에서 벗어난 우연과 놀이까지 창작의 언어로 편입되는 현대 도자의 변화상을 엿볼 수 있다.
격년마다 개최되는 2026 경기도자 비엔날레 전시장에서 찾는 관람객은 작가의 예술성에 제각각 감상하면서 평가하고 있다. 이천=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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