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처리 명령을 반복적으로 어긴 혐의로 기소된 70대가 행정처분 과정에서 사전통지와 의견 제출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서산시의 후속 조치명령들이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별개의 처분임에도 불구하고, 행정절차법상 필요한 사전 고지 절차를 생략한 것은 절차적 위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행정기관이 동일한 내용의 처분을 반복하더라도 각 처분마다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법적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대전지법 제1형사부(강길연 부장판사)는 1일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70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4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충남 서산시장으로부터 모두 5차례에 걸쳐 방치된 가축분뇨 약 5천400t을 적법한 처리시설로 이동하라는 조치명령을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서산시는 최초 조치명령을 내릴 당시 A씨에게 사전통지서를 보내고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후 내려진 5차례의 조치명령에 대해서는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1·2심 재판부는 이후 명령들이 기존 조치명령을 반복한 성격이라고 보고 별도의 사전통지나 의견제출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별도로 진행된 두 사건의 1심에서는 각각 벌금 500만원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으며, 병합 심리한 2심에서는 A씨에게 벌금 1천만원이 선고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행정청이 국민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경우 원칙적으로 사전에 처분 내용을 알리고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5차례의 후속 조치명령이 단순히 앞선 명령을 되풀이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각 명령 사이에도 1~3개월의 시간적 간격이 있었던 만큼 각각 별도의 의견청취 절차가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행정절차법상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하게 불필요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되지만, 이번 사건의 후속 명령들은 이러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사건을 돌려받은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따라 원심의 유죄 판단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가 있었다고 보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행정기관이 동일한 내용의 처분을 반복하더라도 각각의 처분이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거나 시간적 간격을 두고 별도로 이뤄진 경우에는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로 풀이된다.
서산=임붕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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