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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 기술교육과 교수 |
대학생들이 마주한 취업 현실도 녹록지 않다. 관련 분야의 인턴을 몇 차례 거쳐야 겨우 취업 문턱에 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기업은 신입에게도 실무 경험을 요구하고, 여기에 AI 활용 능력까지 기대한다. 처음 일을 배울 기회는 줄어드는데, 입사 전에 갖춰야 할 역량은 높아지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8만 5000 개 줄었다. 이 가운데 26만 8000 개, 약 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 개 늘었다. 물론 이러한 감소를 모두 AI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다만 자료 정리와 초안 작성처럼 사회 초년생이 경험을 쌓던 업무를 AI가 맡게 되면서, 청년이 첫 경력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필자가 업무에 활용하는 AI만 해도 여러 가지다. 최근에는 묻는 말에 답하는 채팅형 AI를 넘어,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직원에 비유하자면, 일일이 작업을 지시하던 방식에서 목표와 조건을 제시하면 작업을 진행하고 결과물을 내놓는 방식으로 바뀌는 셈이다. 업무를 맡기는 입장에서는 반가운 변화다. 번거로운 일을 '디지털 비서'에게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에게는 불안한 변화일 수 있다. 기업은 AI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맡기고, 기존 인력을 다른 업무로 옮기거나 인력 규모를 줄이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러한 AI 전환(AX)이 채용 축소로 이어진다면, 청년이 처음 경험을 쌓을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문제는 이 변화가 지역 청년의 선택지를 더욱 좁힐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에 남아 일하려는 졸업생에게는 원하는 기업과 직무를 찾는 일부터 쉽지 않다. 인건비 부담이 큰 지역 중소기업으로서는 신입을 채용해 가르치기보다 일부 업무를 AI에 맡기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지역 기업마저 채용을 줄인다면,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다시 수도권으로 떠나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대학이 학생들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더라도, 이들이 마주할 취업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할까. 기술이 이토록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완벽한 대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먼저 'AI를 쓸 줄 아는 졸업생'을 넘어 'AI와 제대로 일해본 졸업생'을 길러야 한다. 대학 교육도 도구 사용법을 익히는 데서 나아가, AI와 함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문제를 정의하고 적절한 AI 도구를 선택하며, 결과를 검증하고 개선하는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역 대학과 지역 기업이 AX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AX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인력과 역량이 부족한 지역 중소기업에 대학이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수업과 현장실습을 통해 기업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AX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기업은 전환 부담을 덜고 학생은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특히 신규 고객 발굴이나 서비스 개발처럼 기업의 사업을 넓히는 과제를 함께 찾고, 학생의 참여가 현장실습과 채용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AI 확산 속에서 약해진 '첫 경력의 사다리'를 대학과 지역이 함께 다시 놓는 것이다.
AI가 일자리를 바꾸는 속도를 대학이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사라진 자리 대신 새로운 자리를 만드는 일은 대학이 할 수 있다. 지역 대학이 지역 기업 AX의 파트너가 될 때, 지역 청년은 떠날 이유가 아니라 머무를 이유를 찾게 될 것이다.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 기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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