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의회가 의장직 선출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넉 달째 파행을 이어가면서 각종 조례안과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등 구정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의원 사퇴와 주민소환제 도입을 촉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으나, 임기 시작 후 1년이 경과해야 한다는 법적 제한 때문에 당장 해임 절차를 밟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정당 차원의 중재도 없이 의회 정상화가 요원한 가운데, 파행 중에도 의정비 인상을 시도한 의원들을 향한 주민들의 비판 여론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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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대전 대덕구 주민들이 구청사 앞에서 전국 기초의회 중 유일하게 파행을 거듭하는 대덕구의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
임기 개시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방의원에 대해서는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없다는 법적 제한 때문이다.
의회 파행으로 구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민생 현안 처리가 지연되는 가운데, 여야 시당 차원에서도 사실상 사태 해결에 손을 놓으면서 의회 정상화는 요원해 보인다.
19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대덕구의회는 지난 7월부터 9차례나 원 구성에 실패하며 사실상 '직무유기'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의원 8명으로 구성된 대덕구의회는 여야가 4대 4 동수인 가운데 의장직을 둘러싼 갈등으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각종 조례안과 예산안 심의·의결이 줄줄이 지연되면서 집행부의 업무 차질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에 대덕구 주민들은 지난 8일부터 의회 정상화와 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주민자치회와 통장협의회, 자생단체 등 주민 150여 명이 매일 의회 앞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방의원들을 임기 중 해임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 추진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주민들은 주민소환 추진을 요구하는 서명에 나서 200여 명의 서명을 모았지만, 정작 현행법상 당장 소환 절차를 밟을 수 없는 상황이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구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를 주민투표를 통해 임기 중 해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주민의 직접적인 통제와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임기 개시일부터 1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는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임기를 시작한 제10대 대덕구의원들을 대상으로 주민소환을 청구하려면 내년 7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의회 파행이 장기화하더라도 주민들이 당장 의원들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 어려운 셈이다.
주민소환을 위한 절차도 까다롭다. 지역구 지방의원의 경우 해당 의원 선거구의 주민소환투표 청구권자 총수 20% 이상의 서명을 확보해야 한다. 이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의 절차를 거쳐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되며,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해임이 확정된다.
이처럼 주민소환제마저 당장 활용할 수 없는 가운데, 장기 파행을 해소할 별다른 제도적 수단도 없어 주민들의 답답함은 커지고 있다.
의회 정상화를 위한 중재에 소극적인 여야 대전시당을 향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중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구의회 내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며 당 차원의 개입이나 조치에는 선을 그은 바 있다.
지방자치가 정당 정치와 책임 정치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고 팔짱 낀 채 일관하는 각 정당에 주민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넉 달 째 식물의회로 전락한 책임에서 여야 시당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수호 대덕구 법2동 주민자치회장은 "주민소환제를 추진하기 위해 주민들의 서명까지 받았지만 당장 적용할 수 없어 허탈할 뿐"이라며 "의회에서 시간을 달라고 해 오늘은 원 구성이 마무리될 줄 알았지만, 또다시 무산돼 의회가 야속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의회 파행에 따른 구정 운영 차질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내년도 본예산안 심의 일정까지 촉박해지면서 대덕구는 필수 경비 등을 중심으로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준예산 체제'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덕구의회는 내년도 의정비를 3.5% 인상하는 내용의 관련 공문을 대덕구청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대덕구의원들은 매월 의정활동비 150만 원과 월정수당 306만 9360원 등 1인당 총 456만 9360원(세전)을 지급 받고 있다. 이날 대덕구 의정비심의위가 열린 가운데, 심의 결과 4년간 의정비를 올리지 않고 동결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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