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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도(度)'를 생각하다

김정숙 충남대 지식융합학부 교수

이상문 기자

이상문 기자

  • 승인 2026-10-27 17:36

신문게재 2026-10-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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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충남대 교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던 중이었다. 좌석 앞쪽 화면에는 비행기의 항로와 함께 속도, 온도, 고도 등의 정보가 표시되고 있었다. 무심히 화면을 바라보다 문득 세 단어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도(度)'라는 글자에 생각이 머물렀다. 비행기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속도와 온도와 고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 어느 하나만 적정하다고 해서 안전한 비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요소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안정적인 운항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서 이 세 가지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속도와 온도와 고도가 저마다 제자리를 찾을 때 우리는 삶의 '정도(正道)'를 걸을 수 있지 않을까. 물리량을 나타내는 도(度)와 바른길을 뜻하는 정도(正道)는 한자가 다르지만, 삶의 조건을 살피고 균형을 찾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접점을 이룬다. 이 생각은 오늘날 교육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우리 시대는 무엇보다 속도를 중시한다. 빠른 정보 습득과 신속한 의사 결정, 짧은 시간 안에 거두는 성과가 능력의 척도가 된다. 물론 속도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필요한 일을 제때 처리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문제는 속도를 거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동안 속도가 빨라진 만큼 우리의 생각도 깊어졌는지, 더 많은 정보를 접하는 만큼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도 커졌는지 등의 질문을 놓치는 데 있다.

빨리 도착하는 것과 올바른 곳에 도착하는 것은 다르다. 목적지를 잘못 설정한 채 속도만 높인다면 잘못된 곳에 더 빨리 도달할 뿐이다. 때로는 답을 찾는 일을 늦추고 질문을 오래 붙드는 것이 더 깊은 배움으로 이어진다. 교육은 달리는 법뿐 아니라 멈추어 생각하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



속도와 함께 생각할 것은 온도다. 인간관계와 교육에서 온도는 타인의 어려움에 반응하는 공감의 정도이자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다. 실패를 무능력의 증거로 단정하지 않고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안전하게 의견을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문화적·언어적 배경이 다양한 교실에서는 다름을 교정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이해와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따뜻함은 무조건적인 허용을 뜻하지 않는다. 분명한 기준을 지키면서도 한 사람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태도, 그것이 교육이 지녀야 할 온도다.

고도는 삶의 시야와 관점의 높이로 비유할 수 있다. 눈앞의 이익과 당장의 성과에만 매달리면 문제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 어렵다. 한 걸음 물러나 더 넓게 바라볼 때 개인의 문제가 사회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오늘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필 수 있다.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의 윤리, 문화적 갈등과 같은 문제는 하나의 관점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교육은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관심 분야를 깊이 탐구하는 동시에 다른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고, 공동체와 미래 세대의 삶까지 고려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다만 높은 시야가 현실로부터 멀어지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큰 그림을 보면서도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어려움과 작은 목소리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속도와 온도와 고도를 함께 생각하다 보면 결국 '태도(態度)'라는 말에 이른다. 태도는 세계와 타인을 대하는 내면의 자세다. 속도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누구에게 마음의 온기를 나눌 것인지, 어떤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볼 것인지는 모두 태도의 문제다. 같은 기술과 지식도 어떤 태도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속도와 온도와 고도를 상황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 교육은 사람을 어디론가 데려가는 일이다. 얼마나 빨리 도달하게 할 것인지뿐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함께 갈 것인지, 얼마나 넓은 세계를 바라보게 할 것인지도 물어야 한다. 속도에 쫓기지 않고, 온기를 잃지 않으며, 더 넓은 시야를 갖추고, 자신의 태도를 끊임없이 돌아보는 것. 속도가 빠를수록 균형의 지혜는 더욱 중요해진다. 비행기 화면에 표시된 세 개의 정보가 삶의 은유가 되듯, 속도와 온도와 고도의 조화는 우리에게 교육의 정도(正道)를 묻는다. 더 빨리, 더 높이 나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바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 그것이 오늘날 삶과 교육이 지향해야 할 길이다.
김정숙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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