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박종국 자문위원 |
반면, 대전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웃집에는 성대한 잔칫상이 차려지는데, 대전은 담장 너머에서 구경만 하는 처지다. 세종의 잔치를 시샘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대전이 언제까지 남의 잔치에 박수만 치고 있을 것이냐는 것이다. 이 낯익은 소외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세종시로 전입한 대전 출신 인구는 20만 명에 달한다. 2020년 혁신도시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공공기관 이전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다. 2021년에는 그나마 대전에 있던 중소벤처기업부까지 세종으로 떠나보냈다. '부는 세종에, 청은 대전에'라는 구호만 남았다.
이제 대전은 새로운 비전을 세워야 한다. '부는 세종, 청은 대전'이라는 구호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도시로 발돋움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새로운 대안은 '행정은 세종에, 과학은 대전에'이다. 대전은 이미 과학도시로 불리지만, 아직 완성형 과학도시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과학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세종에 있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본부를 대전으로 옮겨와야 한다. NST 소관 연구기관 23곳 중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14곳이 대전에 있다. 이들 기관을 지원하고 조정하는 NST 본부가 굳이 세종에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둘째, NST와 함께 국가 미래전략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한 축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역시 대전으로 이전해야 한다. NRC의 26개 소관 기관 중 세종에 있는 한국개발연구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15개 기관도 NRC 본부와 함께 대전으로 이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전을 과학기술과 경제·인문사회 분야의 연구역량이 융합된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싱크탱크이자 국가전략기지로 만들어야 한다.
NST와 NRC, 그리고 NRC 소관 15개 기관의 대전 이전은 상징성과 정책적 의미뿐 아니라 충청권 균형발전과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도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는 전략이다. 우선 NST와 NRC 본부의 인원은 약 400명에 달하며, 세종에 위치한 NRC 소관 15개 기관의 인원은 약 3,600명으로 추산된다. 이를 합하면 약 4,000명 규모다. 이들 기관의 대전 이전은 '청은 대전에'라는 민주당 정부가 외친 기운 빠진 구호보다 훨씬 명분이 있고 실익도 크다.
정부의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신규 청사 건립 등에 약 3조 1,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세종의 기존 연구기관 인력 약 4,000명이 대전으로 이전하고, 비워진 공간을 새롭게 이전할 행정기관이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셋째, 대전을 진정한 과학도시로 만들 수 있는 R&D 기획 및 인재양성 지원기능의 집적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현재 대전에는 과기부와 교육부의 R&D를 지원하는 연구재단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만 소재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기술진흥원, 에너지기술진흥원, 환경산업기술원 등 각 부처의 R&D 전문관리기관과 과학창의재단, 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등 과학인재 양성지원기관 등의 이전을 통해 우리나라 R&D 생태계 전주기가 대전에서 작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과학수도 대전의 완성, 행정수도 세종의 완성, 충청권 균형발전, 이전 비용 절감이라는 일석사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실제 비용 절감 효과는 기존 시설의 활용 가능성과 연구기관 이전 비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남의 잔치에 박수만 칠 때가 아니다. '행정은 세종에, 과학은 대전에.' 이는 바꿔 말하면 '현재는 세종에, 미래는 대전에'라는 비전이기도 하다. 그 첫 단추가 바로 NST와 NRC 등의 대전 이전이다.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자문위원(전 대통령실 행정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