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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사회가 바뀌어야 교육이 산다

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장

입력 2017-12-05 14:07   수정 2017-12-06 11:12
신문게재 2017-12-06 22면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부소장

워낙 빠르게 시간이 지나고 많은 일이 있다 보니 모든 일들이 쉽게 잊히곤 한다. 2018학년도 수능은 지난달 28일 시행됐다. 벌써 일주일 가까이 흘렀다. 당시 수능 연기 발표가 수능 전날 저녁이어서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혼란에 빠졌다.

당혹스러워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도 일부의 포항 지역을 향한 원망 섞인 반응이나, 몇몇 학원들의 특강 전쟁 등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했다.

왜 포항을 책망했는가?

수험생들의 일부가, 물론 그들이 수험생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정도의 차이를 두고 걱정과 안타까움, 공감을 뒤로하고 원망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반응은 과도한 경쟁주의의 부정적인 산물이거나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잃은 현재의 입시 제도의 결과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모든 문제가 교육 때문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문제를 교육이 해결할 수는 없다. 교육도 결국은 사회를 구성하는 구조 중 하나인 점을 생각하면,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구조이다.

그것도 경쟁을 추구하는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심각한 것은 사회 전체가 불만과 원망으로 가득 차 있다.

불만과 원망은 그 대상이 명확하게 존재해야 그 해소도 이루어질 수 있는데, 현재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불만과 원망은 그 대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그 해소도 어렵다. 그래서 매 순간 일정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대상이 옮겨 다니고 있다.

불만과 원망은 결국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감에서 비롯한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서만 행복의 정도를 가늠하고, 성공과 실패의 기준 역시 타인에게 존재하다 보니 결국 자신의 현재 처지에 대해 비관하는 경향 또한 짙어진다.

그들에게 자신만의 기준이 존재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연기된 수능으로 인해 학생들도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도 같은 경향이 보이고 있다. 학생들에게 사회 구성원의 불안감과 박탈감이 그대로 전염됐다.

수능이 1주일 연기된 직후의 혼란이 가라앉고 난 뒤 많은 학생들은 "왜 나에게만 유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에게만 불행이 겹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수능 연기는 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수능 시험 전날까지 했던 일들을 다시 한번 반복할 수 있는 기회다.

그 누구에게도 없었던 기회를 통해 수능 전 준비 사항들을 다시 점검해보고 완벽을 기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시각에 지배된 채 이 시간을 활용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다.

불만과 원망으로 가득 찬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고, 그 희망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감에 익숙한 학생들은 자신들의 불행에 대한 원인 제공자를 찾아 댔다. 또 이를 언론이 부추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금의 순간이 미래를 결정한다. 미래는 정해져 있다. 미래는 우리가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는 인식의 결정체인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과도한 해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이 그러하다. 많은 학생들이 채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자신의 인생이 어떤 부류일지를 어렴풋이라도 결정하는 이 현실 속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거창한 철학이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그 기준에 의해 움직이는 구성원이 많을수록 그 구성체는 빛이 난다.

그리고 생동감 있게 유지될 것이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불이익을 받는다거나 못난 것이라고 인식하지 않을 수 있도록 구성원 전체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

 

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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