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붉은 깃발법(적기법)으로 불리는 기관차량 조례(Locomotive Act)까지 예시하며 문 대통령이 규제 혁신의 스피드와 타이밍을 언급한 것은 다소 낯선 모습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봇대 뽑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톱 밑 가시 뽑기로 안 먹히던 삼성 등 재벌 숙원사업이지 않았던가. 정의당 일부에서 대선 공약 파기라고 비판할 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국회는 9월 정기국회 전이라도 움직일 태세다. 10년 전 금융산업 선진화를 내걸고 금산분리(은산분리) 완화 법안 통과까지 시도한 전력을 가진 자유한국당의 환영 입장이 경천동지할 일은 아니다.
실제로 손볼 때도 됐다. 산업자본의 은행자본 소유 상한선 설정은 외국계 자본의 국내 금융산업 잠식을 불러오는 역차별로 등장했다. 분리 이후에도 외국계의 국내 인터넷은행 진입 빌미를 제공할 우려는 있다. 카카오뱅크의 자본 확충 성공을 보면 은산분리와 은행 성공은 무관한 듯도 보인다. 메기를 기대한 K뱅크가 미꾸라지처럼 된 것이 전적인 은산분리 탓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인터넷은행을 감당할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KT나 SK텔레콤, LG유플러스,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 레벨인 점도 한계점이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은 거대 은산복합체 탄생을 의미한다. 기업 지배권 유지나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차단할 자격과 거래 제한 장치를 둬도 그렇다. 신산업과 IT, R&D, 핀테크(금융기술) 등 연관산업은 키우면서 고객과 채권자의 예치자산으로 장사하는 금융의 속성은 무시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미국 경제대공황 때부터의 투자은행과 상업은행 분리는 위험관리라는 대전제가 있었다. 5년 전 동양그룹 사태는 은산분리 순기능에 대한 생생한 기억이다. 감시자(금융)와 피감시자(산업) 분리는 '체계적으로 중요한 경제주체'에 대한 무분별한 결합을 막는 장치였다.
무엇이 '경제적'(=자원의 최대한 활용으로 많은 욕구를 충족함)인지를 떠나 은행과 산업의 분리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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