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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과정중심평가

한윤창 행정과학부 기자

한윤창 기자

한윤창 기자

  • 승인 2019-01-30 13:55

신문게재 2019-01-3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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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과학계에 대통령발 과정중심평가 바람이 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전 방문 중 연구의 성공과 실패를 넘어 과정과 성과를 함께 평가하겠다고 발언하면서다. 분명 멋진 말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과정중심평가가 어떤 상황인지 들여다보면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은 정책 방향이다.

과정중심평가에서 대한민국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제도는 단연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일명 학종. 미국형 입시제도인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시스템으로 지필성적뿐만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정·방향성·도전정신 등을 골고루 평가한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학생부종합전형은 '지필성적만 좋은 학생들을 선발해놨더니 대학 와서 끝내 학업을 이루지 못하고 방황하더라'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덕특구 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말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내지 '실패를 밑거름 삼아 성공을 일궈내는 끈기'를 지닌 학생들이 끝내 큰 사람이 된다는 제도적 방향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해 비록 지금은 실패 중일지라도 주체의 됨됨이와 행적의 추이를 평가하자는 게 과정중심평가의 요지다.



취지야 좋지만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어떤가. 드라마 'SKY캐슬'의 인기로 대변되듯 불공정한 고무줄 잣대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평가방식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평가의 목적성에 부합할지라도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제도에서 믿음을 주지 못하는 현 정부가 연구기관 및 연구자 평가방식에서 과정중심평가를 도입할 경우 우려가 생기는 이유는 그래서다. 과정중심평가제도를 도입하면 공정성에 불만을 품은 연구기관 및 연구자가 발생하게 되고, 연구 주체의 사기 저하를 비롯해 제도 자체가 과학계의 폐단이라는 여론이 일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교육계는 이런 폐단으로 인해 입시 개편안을 통해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결국 결과중심평가든 문 대통령이 제시한 과정중심평가든 사안의 쟁점은 행위 주체의 성숙도를 믿는가에 달렸다. 교육계에서는 학생생활기록부를 기록하는 일선 교사의 전문성과 청렴성, 과학계에서는 연구과정의 가치, 연구자의 노력 경과를 판단하는 평가기관을 신뢰하는지가 선택기준이다.

과정중심평가가 잘 이뤄지고 있는 국가들은 보통 정부가 평가자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계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두고 논란이 많은 요즘, 정부는 과학계에 과정중심평가를 도입할 경우 발생하는 난점들을 미리 분석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전반적인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성숙도는 어떠한가. 여기에 방점을 두고 정책방향과 시스템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믿는다.

한윤창 행정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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