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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삶의 행복권

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신가람 기자

신가람 기자

  • 승인 2019-11-05 10:58
김용각
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자연이 물들고 있다. 휘황찬란한 단풍의 색감이 복잡했던 우리의 속내를 화려하게 채워준다. 경이로운 자연의 체험이다.

지난주에 한중일건축사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심천에 다녀왔다. 지난 40년 사이에 인구가 2000만명이 증가한 거대한 도시가 된 심천은 무척 활발하고 분주했다.

도심은 수십 층의 마천루가 줄줄이 늘어서 있고, 그 사이의 도로는 인구만큼이나 많은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조권 확보도 못한 고층 아파트의 매매가는 우리나라 서울의 가격을 능가하고 있고, 그들은 이미 철저하게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일정 중에 우리 일행은 경량철골조로 지은 임시학교를 견학했다. 급증한 인구로 교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조그마한 주차장에 학교를 짓고 있었다. 재활용할 수 있는 자재로 모듈화된 공간을 조립해 빠른 기간에 학교를 건축하는 것인데 교실에는 대형 전자화면과 에어컨, 음향시설이 갖춰졌고, 벽은 전체를 유리로 설치하여 채광을 극대화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운동장이 없어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나라별로 대안을 제시하는 워크숍 때 '떠 있는 마당'과 '그늘이 있는 중정'을 계획해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행복권'에 대해 제안했다.

건축은 창작행위로서 삶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며, 도시를 규정하는 정체성의 기본단위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절차와 협의가 있다면 양질의 건축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 제도를 강력히 제안하고 시행하길 원하는 것도 공공건축부터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통해 제대로 된 건축을 하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그간의 행정편의적인, 과거답습적인 진행절차의 모습이었다면 과감히 털어내고 새로운 방식의 공공건축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천편일률적인 공공건축이 아닌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는 토대를 잘 만들어 다양한 지역 건축이 형성되길 바란다.

대전시도 내년부터 시행할 이 제도를 위해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를 선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 기준에 지역에 대한 이해도와 지역 건축·도시 전문가와의 협력적 관계, 지역의 건축·도시 정책에 대한 이해 및 공무원과 주민과의 유대감 등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본 척도에 대해 반영이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주말에 열린 총괄건축가 지역 설명회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인근 시도에서 참석한 건축사들의 쏟아지는 불만 속에 부리나케 설명회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내뱉는 관계자의 한마디, '앞으로는 지역건축사들이 많이 참여하게 될 겁니다'

결국 현재는 서울권 등 타지에서 온 건축가들에게 지역의 일들을 맡겼다는 고백 같은 발언이다.

지역건축인의 '행복권'은 현안에 묻혀 또 무시되는 것은 아닐까? /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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