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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십시일반(十匙一飯)의 힘

김용복/ 오성자 남편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9-12-21 18:33
십시일반의 손길은 북괴 김일성의 6,25 남침으로 인하여 우리 국민들이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을 때 미국 국민들의 따뜻한 손길에 의해 이뤄졌고, 1997년 외환위기로 나라가 존폐의 위기로 몰렸을 때도 금 모으기 운동으로 자신이 소유하던 금을 국가에 스스로 헌금하여 십시일반으로 나라를 살렸다.

당시 우리나라는 외환 부채가 304억 달러에 이르렀고, 전국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약 351만 명이 227톤에 가까운 금을 모았다. 달러로 환산하면 당시의 금값으로 약 21억 3천 달러나 되었다.

6·25남침을 당했을 때 미국 국민의 따뜻한 손길과, IMF당시 금 모으기 운동은 우리 국민들이 어려움 속에서 희망의 등불이 되었다.



그런데 이 위기가 나에게 닥쳐온 것이다.

그러니까 2019년 10월 30일에 있었던 일이다. 내 아내 오성자는 치매를 앓고 있는지 5년째 되는 4등급 환자다. 스물세 살에 부모를 잃고 가난하게 살고 있는 나에게 시집와서 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여인이다.

그래서 그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려고 나는 언제나 어딜 가나 내 아내 오성자 손을 잡고 함께 다닌다.

내 아내는 나와 손잡고 갑천변 걷기를 좋아하고, 백화점 쇼핑하기를 좋아하며, 유성 장날 시장 돌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10월30일, 오후.

이 날도 내 아내와 갑천변을 걷기 위해 손잡고 나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 오른쪽으로 상체가 굽어지는 걸 느꼈다. 바로잡아 세우면 다시 돌아가고.

어쩐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늘 다니던 신경외과를 찾았다. 담당의사가 혈압을 재고 맥을 보더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성모병원을 권해주었다. 다른 병원은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성모 병원을 권해준 것이다.

급히 성모병원에 도착해 접수를 마치고 담당 의사를 만났다. 신경외과 선생님께서는 1개월 전에 충남대 병원에서 촬영한 MRI CD를 보시더니 CT촬영을 한 번 더 해보자고 하신다.

CT촬영 결과가 나오자 의사 선생님은 물론 간호사까지 바쁘게 돌아갔다. 여러 장의 동의서에 싸인을 하고 내 아내는 수술실로 옮겨졌다. 뇌출혈이란다. 조금만 늦었어도 식물인간으로 살아가거나 사망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하셨다.

일찍 병원을 찾은 게 참으로 다행이었다.

늘 함께 손잡고 다닌 보람으로 급성 뇌출혈을 발견하게 되었고, 급히 병원을 찾았기에 내 아내 오성자의 생명을 연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2시간여 수술이 진행되고 내 아내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때가 오후 5시. 십시일반의 아름다운 손길이 여러분들로부터 이어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감사해야 할 하나님의 은혜

나는 내 아내가 사경을 헤매게 되자 그동안 소원(疏遠) 했던 하나님을 찾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그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늘 가까이 내 곁에 계셔서 내가 하나님을 찾을 때 곧바로 도움의 손길을 주신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어려움이 닥치면 하나님을 찾게 된다.

사도 바울도, 모세도, 심지어는 예수님까지도 하나님을 찾아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성경을 통해 알고 있다. 바울도 죽음이 생각 날 만큼 삶이 힘들었고, 예수님도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 "주여, 이 잔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게 해 주소서" 라고 기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분들이 고난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고통을 감내 하라는 깨달음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였던 사실이다.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그 힘든 고통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내 아내가 중환자실에 누워 사경을 헤매는 모습을 보며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감내할 수 밖에. 감당하되 강한 의지로 감당할 것임을 다짐 했다.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흐르고 어깨에서는 힘이 빠져 찬바람이 일지만, 성경에 나오는 모든 분들도, 우리 역사에 나오는 사육신이나 어린 단종, 심지어는 누명을 쓰고 서울로 압송되는 이순신 장군까지도 고난을 피하지 않고 감당하였던 것이다.

성경을 통해 이런 깨달음을 주신 것이 곧 하나님의 은혜인 것이다.

두 번째 감사드려야 할 분이 이일우 신경외과 교수님인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일우 교수님의 손을 빌리고 그에게 지혜를 주셔서 내 아내 오성자의 뇌 수술을 성공하게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두 차례나 했느냐고 반문하는 분이 계실 것이다.

내 아내는 치매 4등급 환자이다. 치매 환자는 뇌혈관이 미세하고 약해서 자주 혈관이 터진다 한다. 그래서 1차 때 발견 안 된 혈관이 11월 12일 또 터져서 자꾸 왼쪽으로 쓰러지려고 하기에 CT촬영을 하게 되고, 이어서 다시 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이일우 교수는 대한민국 신경외과 회장을 맡고 계신 분이기에 이 분야에서는 최고의 권위자라 할 수 있는 분이다.

세 번째 감사드려야 할 분들은 박선희 간호사와 31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들, 그리고 꽃동네 대학에서 실습 나온 신광호, 조문경 두 학생들이다.

박선희 간호사는 늘 잔잔한 웃음을 띄고 있어 환자들을 아주 편하게 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준다. 환자들은 그 미소만 봐도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어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된다. 그리고 31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들 누구나 친절하고 상냥하며 부르면 곧 병실로 달려와 환자들의 요구사항을 해결해 준다.

나는 꽃동네 대학이 충북 음성에 있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꽃동네는 음성에 있지만 간호사 양성기관인 꽃동네 대학은 청주 시내에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 감사해야 할 분들은 문병을 오셔서 십시일반의 손길로 도움을 주신 분들이다. 멀리서는 원주에서도 오셨고, 서울, 수원, 마산, 천안, 아산, 공주, 금산, 세종에서도 오셨으며, 아침 출근길에 들리신 분도 있고, 중환자실까지 달려오신 분도 계시며 아내가 입원하고 있는 동안 월정을 비롯해 여러 차례나 오신 분도 계셨고, 어떤 분은 오리 탕을 가지고 와 아내 건강에 도움을 주신 분들도 계셨다. 그렇게 여러분들의 염려로 제 아내가 살아나게 돼 2019년 12월 2일 나진요양병원으로 옮겼다가 12월 19일 나진에서도 퇴원하게 된 것이다.

2019년 12월 20일 새벽 5시 50분 현재.(오성자 내 아내의 방)

자기가 살던 집이고 자신이 사용하던 잠자리인 것을 알아서 그런지 내 아내 오성자는 깊은 잠에 빠져있다. 밤중에 서너 차례 가보았지만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편안히 잠든 아내를 보고 있노라면 참 행복이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돈, 명예, 권력을 모두 구비하고 있어도 불행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많다. 나에게도 돈이나 명예, 권력 따위는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사경을 헤매다 살아나 편히 잠든 아내가 있고, 살아난 엄마를 보며 행복해 하는 자녀들이 있으며, 내 아내가 살아났음을 축하해주는 수많은 친구와 이웃들이 있어 행복한 것이다. 잊지 않을 것이다. 내 아내의 고통을 염려해 주신 모든 분들의 고마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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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를 앓고 있는 내 아내 오성자 모습-
그리고 내 아내를 내 품으로 돌려보내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살 것이다.

"고통을 감내로 이기게 하여주신 하나님 은혜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결코 제 어려움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살게 해주십시오. 앞으로도 이일우 교수님께 더욱 명철한 지혜를 주시어 제 아내와 같은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 치료에 어려움이 없게 해주시길 기도드립니다."

김용복/ 오성자 남편

김용복 칼럼니스트-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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