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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호테 世窓密視] 창작활동지원금의 중차대함

사람이 그렇게 없나?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1-05-06 00:00
지난 월요일, 방송을 찍었다. 강사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마련의 디딤돌이다. 평소 물심양면 도움을 주시는 모 방송국 피디님의 배려 덕분이었다.

방송 녹화를 마친 뒤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닭볶음탕으로 유명한 단골 식당이다. 그러나 그 집 역시 당면한 코로나 한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코로나 19 습격 전에는 줄을 섰던 손님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모습은 전설로 회자할 수도 있을 만큼 손님이 뜸했다. 업소에 손님이 줄면 사장의 수입도 감소한다. 한 마디로 '배가 고프다'. 기자와 작가에 이어 강사로 도약하고자 하는 나의 야심은 명료하다.



나 또한 여전히 굶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윤여정 씨가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덕분에 코리아의 위상까지 덩달아 격상되는 기쁨을 국민이 맛봤다.

아울러 예술인의 존재감까지 새삼 도드라지는 계기로 발전했다. 배우인 윤여정 씨나 문인인 나 또한 예술인(藝術人) 범주에 속한다. 윤여정 씨는 지금 한창 화양연화(花樣年華)의 물씬한 봄을 누리고 있다. 한마디로 '화양여화'다.

오랫동안 고생만 한 보답을 톡톡히 받고 있는 셈이다. 반면 대다수 한국의 예술인들 삶은 어떠한가. 2018년 기준으로 예술 활동 수입이 연 1200만 원, 월 100만 원을 밑도는 예술인이 전체 72.2%에 달했다.(근로복지공단 사외보 '희망나무' 2021년 3월호 참고)

이처럼 수입이 형편없다보니 예술인 경력 단절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천만다행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의해 예술 활동 증명을 완료한 예술인에게는 일정액의 창작활동지원금을 준다.

지인 문인 덕분에 이 제도를 알게 되어 나도 신청했다. 고액은 아니지만, 동족방뇨(凍足放尿) 수준은 충분히 넘는다. 없는 사람에게 있어 누군가 도와주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은 후일 일반천금(一飯千金)의 고마운 메아리로 돌아오는 법이다.

지난해 예술 활동 증명을 완료한 예술인 중 가장 많은 분야 종사자는 음악이었다. 미술, 연극, 문학, 연예, 국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예술인에 문인이 속하는 까닭에 영국 작가 조앤 롤링을 호출한다.

그녀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해리포터'가 히트하긴 전까지는 궁핍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가 이 작품이 히트하면서 환골탈태의 거부가 되었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동안에만 무려 310조 원을 벌어들였다.

찢어지는 가난과 12군데 출판사로부터 연거푸 출간 거절을 당하곤 낙담해 출간을 포기했다면 오늘날의 그녀는 존재할 수 있었을까? 새삼 창작활동지원금의 중차대함을 발견하게 되는 대목이다.

한편 모 부처 장관 후보자의 면면에서 다시금 부적격자들을 보게 된다. 그중에는 장관 후보자 차남이 회사의 창업자이었음에도 문을 닫은 뒤 근로자로 신고하여 실업급여를 받았다고 한다.

장삼이사인 나조차 작년에 퇴직한 뒤 실업급여라곤 구경도 못 했는데 해도 해도 너무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모 장관 후보자는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뒤 한 번도 거주하지 않고 팔아 2억 이상의 차익을 봤다. 이에 질세라 모 장관 후보자 아내는 수천만 원대 고가 유럽산 도자기를 들여와 인터넷으로 불법 판매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사람이 그렇게 없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세상과 사람은 옥석혼효(玉石混淆), 즉 옥과 돌이 섞여 있다. 그러므로 특히 고위직 인사 때는 그걸 철저히 가려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렵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창작활동에 매진하는 예술인이 많다. 청렴결백(淸廉潔白)과 사면춘풍(四面春風)까지 갖춘 지인 문인이 장관 되는 날은 언제가 되어야 할까.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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