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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의 모든것]5. 기본소득의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나?

강신철 기본소득운동 대전본부 정책자문단장·한남대 교수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21-06-1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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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철 교수
1년여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를 맞은 우리 사회에서 기본소득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는 가장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도일보와 기본소득국민운동대전본부는 앞으로 6회에 걸쳐 기본소득의 정의, 그 주요 내용과 특징 및 외국의 사례 등을 소개해 기본소득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편집자주>

헌법은 제34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국민의 사회보장·사회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회보장이란 출산, 양육, 실업, 노령, 장애, 질병, 빈곤 및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필요한 소득·서비스를 보장하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를 의미한다.

이같이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기본소득은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헌법은 또 모든 국민에게 경제적 평등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정부가 조세정책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기본소득을 사회보장제도로 보든 경제정책으로 보든 상관없이 국가가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더미래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전 국민에게 월 3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주려면 매년 186조원이 필요하고, 50만원을 주려면 309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올해 정부 예산이 558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한 해 예산의 55% 정도를 확보해야 월 5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이 가능하다. 월 10만원씩 줘도 62조원이 필요하고 이는 정부의 올해 현금성 복지예산 규모와 맞먹는다. 기존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그만큼 세금을 더 걷거나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최근 국가채무가 급증하여 국내총생산(GDP)의 50% 수준에 육박하고 있어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으로 공유부, 재정지출구조 변경, 증세 등 크게 세 가지를 언급한다. 공유부는 토지, 천연자원, 지식과 같이 누가 주인이라고 특정하기 힘든 인류가 공유하는 자원을 말하는데, 넓은 의미에서 공유자산은 유사 이래 축적해온 지식, 기술과 정보 및 제도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이런 공유부를 사적으로 보유하거나 사용하는 데서 발생하는 초과수익을 국가가 세금으로 환수하여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자는 것이 기본소득의 재원 조달 방안이다.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석유자원에서 나오는 수익을 모든 주민에게 매년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좋은 예다. 탄소세와 같이 공유자원을 해치는 행위에 부과하는 세금도 기본소득 재원으로 적합하고, 로봇 인공지능과 같이 기술집약 산업의 고도화로 인해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보상책으로 등장한 로봇세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적합하다.

재정지출구조를 변경해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자는 방안은 공공사회지출의 비중을 높이자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35위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이 20%인데 반해 한국은 12.2%로 절반 수준이다. 공공사회지출의 비중을 GDP의 20%까지만 높여도 1인당 20만원씩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다.

어떤 방식으로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든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매기자는 종합부동산세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종합부동산세와는 상관없는 중저소득층이듯이 토지보유세와 같은 공유부에 대한 세금을 매겨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마련하자는 방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중저소득층이라는 연구가 있다. 이들은 본인이 부담하는 세금보다 기본소득으로 받는 금액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모르고 막연히 증세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건국대 최배근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토지보유현황 통계 자료를 근거로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전 국민의 50%는 전혀 토지보유세를 내지 않고 기본소득을 배당받게 되며 약 40%는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금액이 많고, 5% 정도의 사람들은 내는 세금과 받는 기본소득이 비슷하며, 나머지 5% 정도의 대지주들이 받는 기본소득보다 내는 토지보유세가 크다고 한다. 5%가 희생하여 95%가 혜택을 받는다면 바람직한 증세 방안이 아니겠는가?

헌법에 보장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권리를 보장해주자는 너무도 당연한 기본소득의 원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곤란하며,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이 많다는 사실이 국민 사이에 널리 공감대가 형성되어 하루빨리 기본소득제도가 법제화되기를 기대한다.

/강신철 기본소득운동 대전본부 정책자문단장·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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