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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어느 여배우의 선택

권계철 충남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권계철 충남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권계철 충남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 승인 2015-03-30 14:05

신문게재 2015-03-31 18면

▲권계철 충남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권계철 충남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지난 24일, 2년 전 유방암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예방차원에서 양측 유방절제술을 시행받아 전세계적 이슈를 몰고 왔던 유명한 미국 여자 영화배우인 A씨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자신이 난소암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양측 난관난소절제술을 시행받았다고 밝혀 또 한차례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그녀의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난소암으로 사망하였고, 이모는 유방암으로 사망해 그녀가 이러한 암들에 대해 얼마나 큰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방적 수술이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그녀는 이러한 큰 수술들을 예방차원에서 받은 이유에 대해 자신에게 BRCA1 유전자 변이가 있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87%,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50%라 예방적으로 수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럼 BRCA유전자란 무엇인가? BRCA란 유방암 감수성 유전자(Breast cancer susceptibility gene)를 말하며, BRCA1과 BRCA2의 두 종류가 있다. BRCA1과 BRCA2는 각각 17번 염색체와 13번 염색체에 존재하며, 두 유전자 모두 DNA 수선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생성함으로써 유전적 안정성 유지와 암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RCA 변이로 인하여 단백질 생성에 결함이 생기면, DNA 수선 기능이 저하되어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기전은 밝혀져 있지 않다.

BRCA 유전자 변이는 간단히 혈액 채취를 통하여 검사가 가능하며, 현재까지 BRCA1과 BRCA2에 대해 각각 7211개, 8804개의 변이가 보고되었다. 한 미국통계에 의하면 BRCA 유전자 변이를 물려받은 여성은 살아가는 동안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56~84%이며,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BRCA1 변이와 BRCA2 변이에 대해 각각 36~63%, 10~27%라고 한다.

그러면 이러한 암 유전자 검사가 모든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인가? 결론적으로 암유전자 검사를 하여 암유전자변이가 있는 경우 예방적 수술을 해서 모든 암을 예방하겠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전체 유방암 환자 가운데 BRCA 변이로 인한 유방암 환자는 5~10% 정도에 불과하며, 지금까지 보고된 BRCA변이 가운데는 유방암 또는 난소암과는 상관없는 변이가 매우 많기 때문에 단순히 BRCA 같은 암유전자 변이가 있는것만으로 예방적 수술은 권장되지 않고 있으며 전문의와 꾸준한 진료와 검사를 통하여 예방 및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비의료인에 의한 무분별한 유전자 검사가 법으로 금지되고 있으며 전문 의료인의 전문적인 판단에 의해 유전자 검사가 시행되고 임상적으로 올바르게 해석되어야 현대의료기술의 결정체인 유전자 검사가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그 여배우의 선택은 옳지 않았다. 대중스타들의 행동이 일반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번 사안에 대해 짚어보았다. 항상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받고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권계철 충남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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