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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빚 때문에 삶을 포기한다고?

김용복 극작가·대전효지도사 교육원 교수

김용복 극작가·대전효지도사 교육원 교수

  • 승인 2016-03-20 13:14

신문게재 2016-03-21 23면

▲ 김용복 극작가·대전효지도사 교육원 교수
▲ 김용복 극작가·대전효지도사 교육원 교수
그까짓 빚 때문에 왜 삶을 포기해? 얼마나 된다고.

내 목숨 값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느냐고? 그런 생각을 갖기 전에 자신과의 합리적 대화를 진지하게 나눠보기나 했고, 손수레를 끌고 골목길을 누비며 폐품을 모으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을 보기라도 했으며, 주유소나 세차장에서 또는 농수산 시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가족들의 생계유지를 책임지는 훌륭한 분들을 보기라도 했느냐고? 지금도 일손이 모자라 외국인 노동자를 불러다 쓰는 판인데 가족들은 어찌하라고 삶을 포기해!

2016년 지난달 5일 기준으로 나랏빚이 600조를 넘어섰다 하고, 가계부채가 1207조가 넘는다고 하는데 나만 빚 때문에 쪼들리는가? 국가는 물론 남들도 빚 때문에 쪼들리는데도 모두들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한해 동반자살 40여 가구, 하루 평균 50여 명의 자살자가 속출하는 자살률 1위의 대한민국! 자살의 사유 중 가장 비율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단골메뉴는 돈의 쪼들림에서 오는 빚 때문이란다.

빚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걸려오는 독촉 전화. 물론 견디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견뎌내야 한다. 그 과정을 이겨내고 나면 필자처럼 희망이 오는 것이다. 필자도 살아오면서 빚보증 서 준 제자 한 명이 자살하는 관계로 탄방동에 살던 31평짜리 아파트도 날리고, 월세 40만원 짜리 세도 살았다. 내 살던 집을 뺏기고 사글세로 쫓겨나는 심정을 헤아려 보았는가? 월 70만원 받는 아파트 경비도 3개월 했고, 새벽에 나가 주유소에서 두 시간짜리 급유원 노릇도 이를 악물고 했다. 시간당 3000원씩 받을 때니 돈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돈 안 되는 일을 왜 했느냐고?

가장으로서 자식들과 아내에게 본을 보이기 위해서다. 아버지로서, 또한 남편으로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아내와 자식들이 힘을 얻을 수 있고, 일가친척과 주변 사람들이 힘을 얻게 되며,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대도 과거 가족은 물론 직장동료나 주변 사람들에게 기둥 역할 하던 때도 있었을 것이고, 존경받던 때도 있었을 것이다.

당신이 떠나고 나면 당신 가족은 누가 책임지고 이 나라는 누가 지킬 것인가? 그래서 국가에서는 가족과 국가를 위해 열심히 살았던 당신을 위해 사는 길을 마련해 놓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사는 길이 있다고? 그래 사는 길이 충분히 있다. 당신만 사는 게 아니고 당신 자녀를 포함한 부모와 아내도 살고, 당신이 있기에 국가도 힘이 되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담이다.

당신에게 얼마동안 독촉하던 빚은 전화기를 없애는 순간 사라지게 된다. 그 다음엔 어쩌다 법원에서 독촉하는 통지서가 날아오게 되고 그것이 두어 번 지속되다가 압류할 물건이 없는 것을 알게 되면 당신의 빚을 은행권에서 10분의 1도 안 되는 헐값에 자산관리 공사로 넘겨주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금융회사들이 연체된 채권을 대부업체 등에 팔아버리게 됨으로써 당신은 빚으로부터 해방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니 도박, 사채, 과도한 대출, 카드대금, 연체, 사업실패, 교통사고 등으로 빚에 쪼들리고 있다면 '빚'을 탕감해주는 '개인회생제도'를 활용하도록 하라. 건강보험료를 내기 어렵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찾으면 길이 열린다. 상담원 누구나 친절하기에 상담 받기도 편하고 내가 모르고 있던 정보도 자세히 알려준다. 이 모든 게 당신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려는 국가의 배려인 것이다.

그러니 빚 때문에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지 말라.

이 세상 생(生)을 받은 모든 사람들은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처럼 머리에 크고 작은 '금고아'를 쓰고 사는 것이다. 삼장법사가 손오공에게 금고아를 씌워 준 것처럼 인간에게는 신(神)께서 고통의 금고아를 씌워준 것이다. 사람들 가운데는 당신보다 더한 금고아를 쓰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필자도 20여 년간을 신용불량자로 살았다. 그러나 끈질기게 버텨냈다. 얼마나 많은 시달림을 받고 살아왔는가 생각해보라. 생을 마감하기 위해 대청댐도 갔었고, 부엉이 바위도 올라가 보았다. 그러나 살아남아 가족과 나라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자 용기를 내어 다이얼을 돌려라. 내일에는 또 다른 태양이 솟아오를 것이다.

김용복 극작가·대전효지도사 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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