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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디지털시대의 노동의 미래

이성만 배재대 교수

이상문 기자

이상문 기자

  • 승인 2018-06-18 10:21

신문게재 2018-06-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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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만 배재대 교수
21세기를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 한마디로 '디지털시대'라고들 한다. 로봇과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산업혁명 초기에도 수공업시대에서 기계화시대로 전환되면서 기계도입을 저지하고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이 있었듯이 로봇과 인공지능의 확대가 노동시장을 위협하고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노동과정과 노동형태 등은 단순히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 좌우되는 것만은 아니다. 사회구조가 바뀌면서 줄곧 일자리도 사라지고 생겨났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몰라보게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음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로부터 자유로운 노동 분야는 없을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마틴스쿨이 2013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향후 20년 내 미국 일자리의 거의 절반은 컴퓨터화로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우리의 노동세계가 이렇게 급변하는 상황이라면 미래에는 누가 세금을 내는 것일까. 미래에 로봇도 세금고지서를 받아야 할까. 2016년 5월에 EU의회 법안에는 컴퓨터를 '전자인간'으로 분류하고 그 소유자나 경영자에게 대신 세금을 납부케 하는 발의를 했다. 2017년 2월에 이 발의는 기각되기는 했지만, 의회는 로봇화의 진보를 규제하기 위해 EU에 두루 적용되는 규정 제정을 약속한 바 있다.



비록 지난 2월의 결정이 '컴퓨터-조세'의 퇴출이란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이 주제가 의사결정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자동화된 노동에 과세하게 된다면 기꺼이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로봇화 논쟁에 불을 지핀 셈이다.

컴퓨터의 납세의무에 대한 질문은 인공지능, 자동화, 디지털화가 노동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쟁의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공학과 산업의 발달은 부단히 인간 노동의 본질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자동화가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에 과거에 그러했듯이 일반 복지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빌 게이츠는 자동화 과정을 늦추면 사회적, 경제적 파급효과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잠정 해결책을 찾을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컴퓨터-조세' 반대자들은 빌 게이츠 같은 입장에 적대적이다. 예컨대 옥스퍼드 마틴스쿨의 예측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들은 디지털화가 오히려 새로운 직업과 고용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순 반복적인 노동자는 거의가 로봇에 대체되지만 창의성이 필요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절대적으로 늘어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독일은 2010~2015년 사이 1만3000대의 로봇이 설치되면서 약 9만3000명이 신규 채용된 바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로봇이 몰려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독일은 로봇공학과 자동화 분야에서 선도적이다. 2016년 이 분야의 수익은 118억 유로(GDP대비 7%)에 달했다. 독일 노동자의 24,2%가 이 산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니 독일에서 컴퓨터 노동에 대한 조세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우리의 고민은 일자리 감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자리가 새로 생길지 생각하는 일이다. 즉, 이제 우리는 로봇이 모든 산업에서 일자리를 밀어내고 구조조정을 통해 급격한 변화를 거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더 많은 고용 창출로 일자리와 노동시장에 혁신적인 전환점을 가져올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할 시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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