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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호칭의 위력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9-03-22 00:00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호칭으로 상대방을 부르기도 하고 불림을 당하면서 살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 선생님, 신부님, 사장님, 아가씨, 아주머니, 고객님, 아저씨, 회원님, 예쁜 내 강아지, 사고뭉치 등의 다양한 호칭들이 있다.

대상의 본질에 알맞은 호칭은 대상으로 하여금 긍정적 변화를 일으켜 그 본질에 상응하는 책임감이나 의무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살게도 하고, 부정적 내용으로 호칭이 되면 그 대상은 어두운 쪽으로 몰려 더욱 비뚤어지거나 못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안면도 바닷가 창기리라는 마을에 박동길이라는 노총각이 있었는데 나이 마흔이 되도록 장가를 못 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같이 도박에, 방탕한 생활로 한심스럽게 무위도식하는 생활이었으니 시집올 규수가 그 누구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부모님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시집 못간 색시를 어렵게 물색하여 아들을 결혼시켰다. 이 부부는 1년 지나서 옥동자를 낳고 이삼 년 되니 그 아기가 말을 배워 "엄마,아빠" 하는 호칭으로 부모 마음을 기쁘게 해 주었다.

결혼 전에 들어 보지 못한 엄마,아빠라는 호칭에 그들은 전에 없던 존재감이 생겨 사람 자체가 완전히 변해 버렸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엄마, 아빠라는 호칭에 부부는 자식에 대한 의무감 책임감으로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리하여 아빠 되는 사람은 그 좋아하던 도박도 끊었고, 사치와 과소비에 빠져 있던 여인은 검소하고 근면하게 사는 알뜰쟁이가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엄마, 아빠라는 단순한 호칭 한 마디가 사람 자체를 완전히 탈바꿈시키는 위력을 발휘하게 한 것이다.

위와 상반되는 일화도 있다. 어느 회사원이 중학생 아들 하나가 있었는데 그 아들 은 하라는 공부는 안중에도 없고 매일 pc방에 살다시피 하면서 사고만 쳤다. 그리하여 가족들이 아들 이름을 부르지 않고 '사고뭉치'로 불렀다. 아들은??사고뭉치??로 호칭이 된 후부터는 점점 더 나빠져서 잘 해봐야 어차피 인정 못 받는 거, 하는 식으로 자포자기에 빠졌다. 그리하여 고등학교 들어갈 때쯤은 진학도 못하고 완전 불량청소년, 그야말로 정말 사고뭉치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고뭉치라는 부정적 호칭 때문에 개과천선하여 새 사람이 됐을지도 모르는 한 소년을 완전 불량 청소년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와 같이 호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예쁜 모습으로 바뀌기도 하고 미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기도 하여 극대 극의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역시 호칭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창조주와도 같은 위력을 가지고 있다.

호칭과 말의 위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저주를 비는 악담과 같은 사고뭉치야, 망할 놈아, 이 망나니야,빌어먹을 놈아, 천벌 받아 죽을 놈아, 병신 같은 년아, 나쁜 년아, 이 화냥 년 같은 년아, 식으로 생각 없는 말을 내뱉어내서야 되겠는가!

우리 선인들께서 말은 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제야 그 깊은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호칭의 위력!

여기엔 재력가나 권세가도 어찌할 수 없는 괴력의 손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너와 나 우리 모두가 희망적인 웃음과 따뜻한 가슴으로 살 수 있는 적선의 길이 좋은 호칭으로 열렸으면 한다.

너도 나도 호감이 가는 호칭으로 서로의 행복을 기원해주고 열어주는 만년 산타가 여기저기서 나왔으면 한다.

우리의 언어생활이 밝은 사회를 위한 우리 모두의 보약이 되길 기대해 본다.

입에서 나오는 호칭 한 마디가 사람을 길하게도 흉하게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과연 어떠한 입을 열어야 할까 ‥… !!!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남상선210-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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