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 빌려올 두뇌가 필요하다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고미선 기자

고미선 기자

  • 승인 2019-08-20 16:25

신문게재 2019-08-21 22면

김호택(연세소아과 원장)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유명한 양식의 대가인 셰프가 국숫집을 냈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 유명 셰프의 일탈인가 싶었는데 뜻밖에도 경영상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했다.

유명 셰프라도 그 명성이 그대로 경제적인 혜택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비웃는 장사가 돈 벌게 해 준다'는 돌아가신 장모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수억원을 투자해서 만든 멋진 레스토랑보다 맛집으로 소문난 순댓국밥집의 수익이 더 낫다는 얘기이다.

내가 사는 금산은 인삼과 약초 이외에는 '아직은' 자랑할 것이 많지 않다. 많은 자원을 갖고 있지만 다듬어지지 않았다.

윤지충/권상현이라는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를 배출한 고장이지만 두 분의 무덤을 찾지 못해 아직 성지로 지정되지 못하고 있다.

육상 전투 승전지라는 '이치대첩'의 장소이지만 다른 학설이 부딪치면서 아직도 논쟁 중이다. 동학혁명 최초의 기포지이자 최후의 항전지라는 명성도 아직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문정우 군수도 이런 상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새로 부임한 금산문화원의 장호 원장은 문화를 통한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 조만간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자원'들이 중요한 이유는 우선은 사람들이 모여야 상권이 형성되고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는 당위성이다. 그렇지 못하면 인구가 줄어들면서 결국 소멸해 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

지난 몇 년 간 금산은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만들려는 패거리들과 힘든 싸움을 벌였다. 그 문제가 해결되자 '화상경마장' 문제로 지역 주민들이 패가 갈렸다. 그러더니 '바나듐 광산 문제'가 대두되고, 폐기물 종합처리장 설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쩌다 내가 사는 동네, 내가 태어난 동네가 이런 지경에 빠졌는지 자괴감이 든다.

20여년 전, 삼성경제연구소는 한 지자체의 용역을 의뢰받았다. 김행기 금산군수가 지역발전을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해 달라고 했다.

후에 가까워진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언오 전무는 이런 말을 했다. "지자체가 이런 용역 의뢰를 한 것 자체가 궁금했어요. 도대체 어떤 동네이기에 이런 발상을 했을까? 일단 한 번 가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외곽 길거리에 모텔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이 동네는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활동을 시작했지요."

금산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금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약칭 금사모)'의 탄생 배경이다.

김행기 군수는 '금산에 산이 500개 있다. 산 밖에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앞산 뒷산을 모두 공원으로 만들면 천개의 공원이 생길 수 있다. 패러다임을 바꾸어라.'고 말하면서 이를 실천했다.

그 노력이 지금까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면 금산이 이런 폐기물들이 들락거리는 고장으로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동철씨가 '군수짓' 해먹는 12년 동안 산이란 산은 다 파헤쳐지고 폐기물들이 눈독돌이는 '만만한 동네'가 된 것이 너무 한탄스럽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우리가 갇혀 있는 프레임을 스스로 깨고 더 넓고 더 멀리 볼 수 있는 혜안을 얻는다면 길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딜로이트 컨설팅의 김경준 부회장은 '우리나라에 사는 쥐는 몇 마리나 될까?'라는 뜬금없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현답'을 유도해 낸다. 가장 합리적인 접근법은 가장 큰 쥐약회사를 찾아가 그 회사가 추정하는 쥐의 마릿수를 물어보는 것이라고 하면서 '통찰력'을 얘기한다.

정해진 프레임에 갇혀 쥐의 숫자를 확인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보다 패러다임을 바꾸어서 '누가 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방향을 바꾸면 큰 힘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 바를 얻을 수도 있다.

당장 임기 4년 더 하자는 작은 마음이 아니라 10년, 20년 후의 금산을 생각하면서 밀고 나갈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돈이 들더라도 작은 동네라는 프레임을 깨줄 수 있는 국내 최고의 두뇌를 빌려야 동네가 산다.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