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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일이 만난 사람]석원사 주지 법오스님

풍전등화 위기에 처한 석원사에 대해 이야기하다

한성일 기자

한성일 기자

  • 승인 2019-08-22 14:58

신문게재 2019-08-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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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등천의 맑은 물가를 끼고 있는 서구 아랫강변 11길 38(용문동)에 위치한 한국불교조계종 석원사의 주지 법오 스님은 20년째 불사를 모시면서 국립대전현충원의 호국영령을 모시는 안장식 행사에 불교 대표로 참여해 12년째 헌신 봉사해 오고 있는 비구니 스님이다. 법오 스님은 범음범패 인간 문화재 40호 이수자로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불교 법의식인 점안식과 천도제 등 각종 대규모 행사에 초청받아 다니는 정통 법의식 실력자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신도들은 스님을 만나면 적어도 세 번은 놀란다고 한다. 예쁘장한 용모에 작은 체구의 비구니 스님인걸 보고 놀라고, 그 작은 체구에서 우러나오는 깜짝 놀라도록 우렁찬 독경과 염불소리에 또 한번 놀란다. 그리고 석원사의 잘 가꾸어진 법당의 짜임새와 규모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출가한 지 30년이 되어가는 법오 스님에게 최근 큰 위기가 닥쳤다. 석원사가 전혀 예기치 않은 재건축 문제로 갈 곳을 잃고 내쫓김을 당하는 풍전등화 위기에 처한 것이다.

많은 집들이 떠나가 폐허가 되어버린 듯 조용한 용문 1,2,3 동 재건축 현장에 홀로 쓸쓸히 남아있는 석원사에서 법오 스님을 만나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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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오 스님, 석원사 재건축 관련 규탄법회가 봉행된 줄 압니다. 이에 대해 설명해주실까요?

▲예, 사단법인 한국불교조계종 석원사의 사찰수호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현순환)는 지난해 11월11일 석원사에서 현순환 위원장님과 뷔위원장님인 덕송, 혜산, 영산, 승진, 무현 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한국불교조계종 정기월례회를 갖고 석원사 재건축 관련 결사반대 법회를 봉행했습니다. 종교시설을 파괴하는 도시개발악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죠. 관계기관 재건축 허가 행위는 국가의 사회적 타살행위와 다름없습니다. 대책 없는 석원사 철거는 한국 불교 법난 행위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생존권 보호 차원과 청정도량 보존차원에서 결사 반대했죠. 대전시장님과 서구청장님께도 탄원서를 냈는데요. 사단법인 한국불교조계종 전국 승려와 신도들은 교권 수호 차원에서 총궐기해 결사반대합니다. 대전시 용문동 소재 지역내 재개발 건축사업을 심각하게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리는 탄원서를 냈죠. 1000여명의 신도 명부와 조계종총무원 진정서, 사단법인 전국 자연보호중앙회 진정서, 한국철거민 대책본부 진정서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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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오 스님, 재건축에 들어가게 된 이 동네에 대해 이야기해주실까요?

▲예. 저희 동네 주택가는 주택들이 깨끗하고 소방도로 시설도 잘 되어 있는 예쁘고 깔끔한 동네입니다.

대전 시내에서 노후 된 주택들이 밀집한 선화동 구 주택을 비롯한 수 많은 지역들도 재건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마당에 이렇게 노후 주택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동네가 재건축으로 인해 주민들이 떠나고 황량하게 슬램화되어 가고 있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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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순환 사단법인 한국불교조계종 석원사 재건축 결사반대 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법오 스님
-그 이유가 뭐라고 보시는지요.

▲개발 사업의 이익을 노린 조합과 시행사, 시공사인 건설 회사 등이 야합하고 억지로 만들어낸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적폐 행위라고 보여집니다.

재건축 사업은 박정희 정권에서부터 시작된, 노후한 동네의 도시정비 사업으로,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시행 건설사와 건축 사업을 해 오기 시작하면서 조합장들이 재건축 사업에 관련된 이권업자들과 온갖 비리에 연루되어 형사적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적폐의 온상이기도 합니다. 사회 문제가 되어 늘 시끄러운 사업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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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석원사의 풍전등화 위기란 도대체 무엇인지요.

▲예, 문제는 많은 불자님들과 종단이 힘을 합쳐 세우고 운영해오던 석원사에서 20여 년 간 불사에 전념하며 함께 해 오던 1000 여명의 신도들이 재건축 사업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이사를 가면서 수십 년 세월 동안 쌓은 공덕을 재건축 조합이 무너뜨려 버린 피해 상황이 된 것입니다. 더군다나 피해 보상 문제에 있어서도 애초에는 조합 측이 석원사가 종교 부지로 등록이 안 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사 비용 밖에 줄 수 없다며 한국 불교 조계종 소속인 저희 석원사를 폄훼하고 농락하는 발언을 하더군요. 이에 서구청에 진정서를 내고 격하게 항의했죠. 결국 서구청의 적극적인 중재 덕분에 조합에서는 석원사를 종교부지로 인정해 주겠다고는 했는데 종교부지에 대한 설계변경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어려워 다른 지역에 대체부지를 마련해주고 시설 건축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1000 여명 신도가 흩어져 떠나버린 것에 대한 보상을 해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은 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전화도 받지 않고 연락도 안되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조합은 또다시 구청과 저희 석원사를 농락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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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희 석원사 입장에서는 아름다운 유등천을 끼고, 맑은 개울과 온갖 새소리가 가득한 이 조용한 동네에서 한평생 부처님을 모시며 수 십 년 세월 동안 정이 든 신도들과 함께 사찰을 꾸려 나가려는 소박한 꿈과 계획들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 셈입니다. 자본주의에 매몰된 세력들에 의해 어이없이 평화가 무너져 버린 채, 주민들의 90%가 이사를 가는 바람에 사월 초파일과 초하루가 되어도 사찰로서 존폐가 사라져 버린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20년 세월의 불사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돼 분노와 통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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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그렇다면 조합측에서 종교 시설로 인정한 이상, 종교 부지를 대체해준다든가 하는 어떤 합당한 대책을 마련해 주고 있지 않다는 말씀이신가요?

▲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제가 알기로는 재건축 승인이 나기 위해서는 재건축 단지 내에 주민 편의 시설로서 유치원이라든가 상가, 그리고 종교시설 부지가 당연히 갖춰져 있어야 허가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해진 종교부지 안에 사찰을 지을 수 있게 땅을 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설계변경이 어렵다는 이유로 법적으로 저희 절을 쫓아내겠다는 의도를 표명한 이후 아무런 연락도 주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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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으로 쫓아 내다니 무슨 말씀이신지요?

▲저희가 원하는 것은 이 곳에 그대로 종교시설 대체부지를 주고 절을 그대로 지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합 측은 턱도 없는 핑계를 대며 일방적으로 명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추후 법원의 감정평가사들에 의한 보상 판결금액이 나오면 그 금액을 법원에 공탁을 걸고 저희 사찰을 강제로 철거해 버리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사찰의 입장은 법원에서 사찰 자체가 비영리 단체이므로 지난 20년 세월의 사찰 운영과 1000여 명의 신도들이 함께 한 사찰에 대한 보상 규정이 없다는 판례에 따라 재판 자체를 부정적으로 봅니다. 감정평가사의 평가의 잣대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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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향후 어떤 대책을 갖고 계신지요?

▲이러한 우리 사찰의 입장은 한국 불교 조계종 종단 차원에서도 묵과할 수 없는 이슈가 되어 지난해 12월 전국 종도회의가 석원사에서 개최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석원사를 한국 불교 조계종 대전 지부로 승격시켜 등기까지 완료했습니다.

전국의 승려들이 이 사태를 예의 주시하는 한편, 정당한 보상이 실현되지 않을시 종단 차원에서 함께 대처해 나가자는 결의안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현재까지 석원사와 함께 하고 계신 수많은 신도와 대전지역 불자님들과 함께 부당한 이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모두가 의연히 함께 싸울 것입니다.

재건축 조합이라는 구성 자체가 비리문제로 얼룩진 개인들의 야욕에서 비롯돼 온갖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단초가 되는 만큼 용문 1,2,3 동 재건축 조합의 사업 진행 과정도 반드시 명확하고 철저하게 조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민들의 제보와 더불어 재건축을 반대하는 비대위 회원들과 연대해 부당성에 대해 진정하거나 고발할 예정으로 관련 자료들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재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많은 협조와 동참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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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바라시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지요.

▲소승은 지극히 세속 물정에 어두운 비구니 승려입니다. 저희 사찰은 비록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사단법인 한국불교 조계종 소속 사찰로서 엄연히 사찰 등록이 되어있고 출가 30년간 오직 부처님만을 일심으로 섬기며 불도에 정진한 보람으로 전국에 걸쳐 약 1000여 명이 넘는 사부대중들이 한결같이 부처님을 섬기며 불사를 해온 정정기도 도량입니다. 이 조용하고 도로정비도 잘 되어있는 동네에서 다수의 주민들이 명분없는 개발사업의 희생양으로 내몰린채 내 집 내 땅에서 속절없이 쫓겨나야 하는 이 비분강개할 사태에 저희가 야합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 안을 세워주실 것을 탄원드립니다. 힘없는 서민들을 도와주셔요.


대담, 정리 한성일 국장 겸 편집위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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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오 스님은 누구?

▲한국 불교 법사대학 졸업. 한밭대 평생 교육원 수료. 한국 전통 다도 지도사 2급 자격증 취득.범음법패 무형문화재 바라 작법 40호 이수자. 현 한국자연보호중앙회 대전지부장,현 한·중·일 친선 교류협회 이사,현 국립 대전 현충원 안장식 불교 대표 집전,현 한국 불교 조계종 대전 지부장. 국립 대전현충원 표창장(2018년), 세계 불교 평화 대상(한국 불교 조계종.2019),육군 군수 사령관 감사장, LA· 태국· 일본· 미얀마룰 비롯한 세계 각국 초청공연 감사장 등 다수.전북 도의회 천수바라 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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