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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배롱나무 그늘

김명이 / 시인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0-09-03 00:00
배롱나무꽃이 만개했어요<YONHAP NO-2901>
경남 산청 덕천서원에 핀 배롱나무꽃. 배롱나무는 붉은 꽃이 백일 동안 핀다고 '백일홍 나무'라고 불린다. 연합DB
다 시들어버린 꽃잎

빛바랜 입술도

한때는



청초한 이름에 맞닿았거늘

화관을 쓰고

열 달 괴로운 어미와

목줄에 매인 아비의 이름을 얻었다



꽃잎마다

가슴 시린 밤이 피고

사라진 별은

사막 어디쯤에서

가시 꽃으로 환생했을까



이슬이 품은 허공의 무게

대답하는 이 없고

건반에 옮긴 손가락 음계를 놓친다



당신과 조율은 어땠는지

노을빛 내린 빈 의자에 걸터앉으며

수줍은 웃음 머금은

꽃의 한 생, 휴면에 든다

김명이 시인
김명이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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