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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대전 소제동 블루스

노황우 한밭대 교수

조훈희 기자

조훈희 기자

  • 승인 2020-09-06 09:26
노황우
노황우 교수
요즘 대전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이 있다. 얼마 전 방송에 소개된 '소제동 카페 골목'이 그곳이다. 방문한 연예인들은 이국적 분위기와 풍경에 매료돼 감탄했고 대전을 '노잼' 도시라고 말하는 것은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전역 동광장 앞 소제동 철도관사촌에 자리한 카페 골목은 대나무숲에 둘러싸여 현대와 근대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독특한 풍경의 카페와 로봇이 만드는 커피, 로컬푸드를 활용한 식당이 있어 자랑할만하다. 영화촬영지로도 유명하다. 2015년 개봉한 쎄시봉(C'est Si Bon, 2015)과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2017년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A Taxi Driver, 2017)에도 소제동 풍경이 담겼다.

소제동은 2010년도 근대 아카이브즈 포럼에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 문화체육관광부 국비 사업으로 레지던스 공간인 '소제동 창작촌'이 마련되면서 작가들이 예술활동공간으로 활용되고 도시재생을 목적으로 서울 종로구 익선동 골목길 재생에 성공한 ㈜익선다다 도시재생 스타트업 기업이 몇 년 전 이곳에 들어와 관사와 주택 10여 채를 매입해 카페, 음식점 등으로 리모델링하면서 지역이 활성화됐다. 올해부터는 CNCITY 마음에너지재단 후원으로 전시, 공연 등 복합문화예술행사가 개최돼 젊은층과 장년층 모두가 찾는 뉴트로 명소가 됐다. 현재 연간 약 6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방송 이후에는 더 많아질 전망이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로 시작하는 가사는 대전역을 배경으로 이별의 아픔을 그리고 있는 대전시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가요인 '대전 블루스'다. 숨겨진 공간에서 대전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소제동 관사촌이 대전시 도시계획에 의해 현재 남아있는 31여 채 중 24여 채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대전 블루스 노래처럼 소제동 관사촌이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게 생겼다.

소제동 관사촌 살리기 운동본부를 비롯한 주민 일부와 상인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대전시의회에서도 전국의 주요 도시들이 근대문화 유산을 활용한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에 나서는데, 대전시는 대전역세권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라 2009년 도시환경정비사업 지역으로 지정돼 계획을 변경할 수 없고 일부 관사를 이전하는 방안만 내놓은 상태다.

소제동에 조성하려는 아파트는 어느 곳에도 있고 다른 곳에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대전의 역사인 소제동 관사촌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대전은 대전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다. 1905년 1월 1일 경부선, 1914년 1월 11일 호남선이 개통되며 대전은 철도 교통의 요지가 됐고. 역무원, 철도 기술자 등 철도 관련 인력의 거주지인 관사촌이 지어지면서 마을도 형성되고 현대적인 도시 대전으로 발전하게 됐다.

대전을 대표하는 성심당과 가락국수, 대전 칼국수도 대전역으로 인해 생겨났다. 성심당 창업주는 1·4 후퇴 때 기적적으로 배를 타고 북한을 벗어나 거제를 거쳐 일자리를 구하러 가족들과 함께 1956년 서울로 가던 중 열차 고장으로 대전역에 내렸고 살길이 막막해 찾은 대흥동 성당에서 신부님이 밀가루 두 포대를 내어 줘 대전역 앞 모퉁이에서 찐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대전의 자랑인 성심당이 됐다.

대전역의 명물 가락국수도 서울에서 호남선을 이용해 호남 지방으로 가려면 현재와는 달리 대전역까지 갔다가 대전역에서 기관차의 방향을 반대로 바꿔서 가는 것이 불가피했고, 이 작업시간에 가락국수를 시켜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대전의 명물이 되었고 대전의 대표 음식인 칼국수도 한국전쟁 때 대전역으로 인해 미군의 식량 원조인 밀가루 공급이 원활하였기 때문에 역 주변으로 많은 칼국숫집이 생겨나고 유명해졌다.

소제동 관사촌은 대전의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철도의 개통과 더불어 변모해온 역사적 과정이 잘 남아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문화적, 건축적 가치와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동안 우리는 대전의 재미있는 것들을 발굴하거나 지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노잼' 도시라고 불만만 느끼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노황우 한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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