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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결혼, 해도 될까요?

박솔이 기자

박솔이 기자

  • 승인 2021-02-09 00:01

신문게재 2021-02-09 18면

편집국에서 바탕사진
# 5월 결혼을 앞둔 친구는 강남 은행원이다. 단 몇 분 만에 몇십억이 친구 손을 거쳐 거래 되는데 정작 본인 통장은 비쩍 말라 월급일만 기다린다고 했다.

신혼집을 구하다 코피까지 쏟은 친구는 예비신랑과 주말마다 부동산에 전화를 돌리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꿀맛 같은 신혼생활을 그린 친구는 전세난에 뛰어든 신병이었다. 코에 휴지 끼워가며 맨몸으로 비장하게 전쟁통에 뛰어들었지만 매물은 없었고 집주인 부대들도 자취를 감춰버렸다.

부동산에서 물건이 나왔다는 소리에 버선발로 뛰어간 친구. 새벽바람 헤치고 아파트에 도착한 친구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5명의 신병과 맞서야 했다.



#5년차 신혼생활 중인 친구는 프리랜서다. 불안한 고용 때문에 속도 끓이고 전세 계약마저 끝났지만 당장 이사 갈 곳이 없어 더 불안했다. 어느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비싼 물가, 불안정한 고용, 살 곳 없는 대도시. 모든 것이 암울하다고 했다.

친구는 집 근처 부동산이라는 부동산을 검색한 뒤 꿀물을 들고 찾아가 제일 먼저 연락을 달라고 했다. 어찌어찌 잠이라도 부쳐볼 곳을 찾았지만 '깡통전세'였다. 친구는 서울살이 하며 모아온 돈이 한순간에 사라질까 두려워 결국 계약을 포기하고 말았다. 고향으로 내려오고 싶다고 한숨 푹푹 내쉬며 한탄 했지만 남편 직장, 자신의 꿈마저 차마 놓아버릴 수 없었던 친구. 결국 다시 꿀물을 챙겨 부동산으로 향했다.

#연애 5년차가 된 나는 걱정이 앞섰다. 미래를 약속했지만 가는 길이 마냥 행복할 수 있을까 싶었다. 결과적으로 친구들은 전쟁통에서 집을 구했다. 새벽같이 나간 친구는 그 후로도 몇 번을 전쟁에서 싸워 집을 얻어냈고 누가 채갈까 당일 계약을 했다. 양손 가득 꿀물 들고 다닌 친구도 더 나은 곳으로 옮길 수 있게 됐다.

정부는 '공급쇼크' 격이라며 들고 나온 2.4대책을 호기롭게 발표했다. 물량은 85만호. 여론은 '집값 떨어지려나?, '임대주택으로 돌려막기냐' 등등 종일 댓글싸움이다. 출산율이 사망률 보다 낮은 데드크로스로 연신 경고음은 울리고 지자체는 돈 끌어다 결혼장려금 주고 전용 대출상품까지 퍼준다. 결혼을 장려하지만 환경은 녹록치 않다. 퍼주기식 대책은 쏟아져 나오는데 '살고 싶은 집'이 없다.

윗분들에 묻고 싶다. 그깟 콘트리트로 짜인 공간 하나 얻겠다고 전쟁을 벌이며 꿈마저 포기할 정도의 위기에 놓인 청년과 신혼부부들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있는 것이 맞냐고. 현실적인 처방이냐고. 아무 걱정 없이 결혼, 해도 되냐고 묻고 싶다.

편집2국 박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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