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리포트2021] 성매매 방지와 처벌, 종사자 자활대책까지 담겼지만… 집결지 폐쇄는 여전히 제자리

[대전시민 어떻게 보십니까] ④성매매방지법 등장 그후 17년

이해미 기자

이해미 기자

  • 승인 2021-09-22 09:44
  • 수정 2021-09-22 14:39
컷-도시재생

 

 

 

전북 군산 성매매 업소에서 2000년과 2002년 두 차례 화재가 발생해 여성 종업원 20명이 희생됐다. 군산 화재로 업주들의 만행과 공권력과의 유착 관계가 드러났고,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라는 여론이 전국에서 들끓기 시작했다.


이 결과 2004년 성매매방지법과 처벌법을 동시에 제정하면서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온 집결지 역사를 끊어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우리는 냉정하게 2004년으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 성매매방지법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바꾸었는가를 돌이켜 봐야 한다.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2004년 3월 22일 제정했고, 성매매알선 처벌법도 같은 해 9월 23일부터 시행했다. 두 법을 묶어 '성매매특별법'이라고 부른다. 성매매방지법 제1조 목적에는 '성매매를 방지하고, 성매매피해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의 보호, 피해 회복 및 자립·자활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쓰여있다.

성매매 방지, 업소 폐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종사자, 피해자를 보호하고 '탈업'을 할 수 있도록 자활을 지원하겠다는 목적과 사후 대비까지 마련한 게 특징이다.

 

집결지
대전 유천동 집결지 폐쇄 이전 모습. 사진=중도일보DB
그럼에도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시작한 건 2014년 이후다. 부산 범전동 300번지는 2014년, 대구 자갈마당은 2019년, 2020년 부산 해운대 609, 올해 전주와 수원 집결지를 폐쇄다. 타 도시의 경우 성매매방지법을 적극 이행하려는 노력과 자활과 지원 조례를 시의회에서 제정하며 폐쇄를 이뤄냈다. 정부 법령-행정기관의 의지-의회 차원의 지원책 뒷받침 등 삼박자가 고르게 작용한 결과다.



그 외 시·도에서는 성매매방지법 제정 후 성매매 업소가 소폭 감소했지만, 종사자는 오히려 늘었고 방법은 오히려 은밀해지는 등 완전 근절은 멀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는 17년 동안 법을 무력화하는 성매매 시장의 거대한 자본력과 구매자들, 이를 묵인해온 공권력 등이 복잡하게 얽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2004년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에 참여했던 신박진영 작가는 "성매매방지법이 있고, 국가적으로 성매매를 방지하는 법을 만들었는데 왜 아직도 성매매 집결지가 있는가에 먼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면서 "법이 약하기 때문은 아니다. 법대로 하겠다는 의지와 실행력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유천동
대전 유천동 성매매 집결지 이전 모습. 사진=중도일보DB
최근까지 집결지 폐쇄 운동을 했던 지역의 한 운동가도 "성매매특별법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준 것에 불과하다. 정부가 권고한 로드맵을 따라서 집결지를 폐쇄하고, 피해자들의 자활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결국 지자체의 몫인 것"이라고 조언했다.

두 전문가는 법을 엄격히 적용해 강력한 폐쇄 조치를 하지 않는 행정기관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지자체 또는 행정기관의 수장이 법을 실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따라 집결지 폐쇄 정책의 성패가 나뉘기 때문이다.

김명주 충남대 대학원 젠더학과 교수는 "일부 남성들은 성매매를 남성성의 일부라 여긴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 없고, 억압하고 착취하는 개념"이라며 "도시재생과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있어 젠더 관점이 필요한 이유다. 장단기적으로 성(性)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성매매방지법도 완성된 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해미·김소희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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