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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누가 당선되든 정치개혁이 과제다

박재묵 충남대 명예교수

이해미 기자

이해미 기자

  • 승인 2022-03-07 08:23

신문게재 2022-03-07 18면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박재묵 충남대 명예교수
대선판의 열기가 몹시 뜨겁다.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이루어진 사전투표의 최종투표율이 무려 36.93%에 이르렀다. 2017년의 19대 대선 때의 사전투표율 26.06%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을 뿐만 아니라,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2014년 이후 치러진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높았다. 일부에서는 이처럼 높은 사전투표율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데서 오는 분산 투표의 효과 때문이라고 보는 이도 있지만, 실제 투표 현장에서 촘촘하게 늘어선 행렬을 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국민의 감염 우려 때문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이런저런 원인이 작용했겠지만, 투표 열기보다 크게 작용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이번 대선은 진보 대 보수의 한판 승부다. 두 차례의 선거 실패 끝에 촛불에 힘입어 재집권에 성공한 현 집권 세력과 촛불시민의 저항으로 일거에 권력을 상실한 보수 세력이 벌이는 권력 쟁탈전이다. 어떤 이는 이번 대선전을 두고 사생결단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19대 대선 이후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모두 집권 민주당이 압승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절치부심 재대결을 준비해온 보수정당 국민의 힘과 팽팽한 접전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양측 후보 지지도는 조사 시점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고, 조사방법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이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의 접전을 보이고 있다. 비유하자면, 눈 터지는 계가바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던 중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가 마지막 법정 선거토론 다음 날 전격적으로 사퇴하면서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를 선언함으로써 대선판은 다시 한번 출렁이고 있다. 이미 재외국민 투표가 완료된 시점에서 담합의 방법으로 단일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사퇴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은 단일화가 판세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단일화를 추진해온 야권에서는 단일화로 윤 후보가 낙승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여권에서는 진보성향 표의 재결집과 안측 지지자의 이탈로 오히려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구글트렌드 분석에서는 거의 일관성 있게 이 후보가 윤 후보보다 우세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단일화와 무관하게 이 후보가 우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대결을 하다 보니, 선거전에서 정책 대결보다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가 주된 전략이 되고 있다. 후보 토론회에서는 정해진 토론 주제와 무관하게 네거티브 선동에 집중하는 후보가 나오고, 사회적 연결망에는 이른바 '가짜뉴스'라고 하는 조작된 정보가 떠돌고 있다. 따지고 보면 대결 정치는 선거전을 떠나서 우리 국회의 오래된 특성이기도 하다. 국민들에게는 국회를 상징하는 대표적 이미지의 하나가 몸싸움이 되어버렸다. 의안 상정을 막기 위한 의원들의 단상 점거 장면도 그런 이미지에 속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했지만, 법 시행 후에도 부끄러운 일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결의 정치를 낳는 구조적 요인은 대통령제에 따른 권력의 집중에 있다. 이 집중된 권력을 독식하기 위해 선거전에서 네거티브를 주된 화력으로 사용하고, 없는 의혹을 조작해서 퍼뜨리기도 한다. 이처럼 타락한 대결의 정치를 종식 시키고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하고,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헌 없이도 실질적으로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적지 않다. 책임총리제와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추천, 다당제와 그 기반이 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 등이 그런 것이다.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치를 혁신해야 한다. 다시 시민이 촛불을 드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박재묵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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