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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죽은 것은 교권이 아닌 교육이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23-08-28 08:58
손종학 교수
손종학 교수
올여름은 역대급 태풍과 장마로 인한 엄청난 피해와 매일매일이 열대야인 찜통더위로 그 어느 해보다도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였다. 그러나 진정 우리 사회를 내부적으로 뜨겁게 달구었던 폭풍은 아마도 서울 소재 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둘러싼 교육계의 갈등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갈등은 현재 진행형을 넘어 금방이라도 활화산으로 폭발할 지경이다.

언제부턴가 교권이 무저갱(無低坑, Abyss)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추락하기 시작하더니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비밀 녹음을 하고, 학부모가 교사를 상대로 한 형사 고소가 남발되는가 하면, 심지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전대미문의 추행이 신문 지면을 도배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제 교육계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은 교사와 학부모,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평교사와 교장, 교사와 행정 직원과 같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 영역에서 표출되고 있다. 그러기에 무너진 것은 단순히 교권이 아니라 교육이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이 죽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죽은 교육을 살릴 해결책을 찾아야 할지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 대하여 그 어느 한쪽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점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문제의 원인을 교사와 교육 당국에게,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 및 교육 당국에게, 교육 당국은 개별 교사와 개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하고 있고, 언론은 대안 없는 선정적 보도에만 열중하고 있다. 그 누구 하나 있어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자성하지 않는다.



이 글을 쓰는 필자조차도 수십 년간 법조인으로서, 교육자로서, 교육 행정가로서 나름 법과 교육에 관련된 일을 하여 왔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 화가 나고 답답할 뿐이다.

할 수 없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교육계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이유를 찾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리라. 필자는 그 이유를 먼저 인간 존중의 결여에서 찾고 싶다. 우리 모두는 존엄한 존재로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나만, 내 자식만 존엄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을 뿐 타인도 그런 존재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중적 태도에 있지 않을까? 교사도, 어린 학생도, 학부모도 다 같이 존중받을 존재임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인정해야 한다.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얼핏 보면 무슨 공자님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존경하지 않는 한, 교사와 교육 당국이 학생과 학부모를 존중하지 않는 한 교육을 살릴 길은 없다고 본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학교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점에 대한 깊은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회의 여타 다른 조직체나 모임과 달리 학교는 가르침이 있고 배움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러기에 학생에 대한 훈육이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특히 그 대상이 초등학생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이 훈육이 학생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과 수레의 양 바퀴처럼 굴러가야 하지 않을까? 존엄성 존중에만 빠져 학생에 대한 적절한 훈육을 방기해서도 안 되고, 훈육의 목표 달성에만 함몰된 채 학생의 인권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마치 양립이 불가능한 것과 같은 명제이기에 어려운 길이지만, 이 양자를 정반합으로 조화시킬 때 비로소 교육이 살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실상 적절한 훈육과 지도를 포기한 채 면피성 교육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교육 현장에서 훈육과 지도가 빠진다면 그곳을 어떻게 학교라 할 수 있고, 교육 담당자를 가르치는 선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교육 당국은 교사의 적절한 훈육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고, 학부모와 학생은 이를 존중해 줘야 하지 않을까? 물론 교사와 학교 당국의 학생에 대한 인격적 대우가 당연히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훈육이 이루어지는 곳에서만 교육은 다시 살 수 있기에 어렵지만 짧은 생각을 표하고 싶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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