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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만필] 공감과 소통: 청렴한 학교문화의 비결

김은지/세종누리학교 교사

이승규 기자

이승규 기자

  • 승인 2023-11-30 10:30
"이번 주 금요일 커피는 제가 낼게요."

명절 상여금을 받아서, 코로나에 걸려서, 대화하고 싶어서 등 각종 핑계를 모아 금요일 오후 1시에 중학교 과정 교사들이 협의회실에 모인다. 주말 이야기, 육아 고민 등 개인사와 함께 중학교 학생들의 요구, 강약 점과 행동 지원 팁, 학교 행사, 학부모 등 학교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벌써 중학교 과정에서 2년째 이어지는 수다 시간이다. 처음엔 수다 시간에 참여하면 어색하고 자리만 채웠는데 어느새 소통 문화에 스며들었다. 금요일 방과 후 수다 시간은 학교에 출근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이다.

다른 시도 전출로 세종시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며 민주적이고 공감하는 학교문화에 감동했다. 세종시 교육청은 특히 민주적이고 열린 마음을 가졌다는데 다른 학교도 민주적인지, 예전처럼 특수학급에서 외로이 근무하게 될지 걱정되어 'MZ세대 공무원이 만들어 가는 청렴 서포터즈(아기자기)'에 지원했다. 바라던 대로 청렴 우수사례 발굴 모둠에 배정되어 청렴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초, 중, 고, 특수학교를 방문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우수 학교의 청렴 특급 비결을 찾고 있다.



첫 번째로 방문한 학교의 교감 선생님과 교무부장님은 청렴의 비결에 대하여 저 경력과 경력 직원의 구성이 조화롭고 민주적인 학교문화, 갈등 없는 업무분장, 믿어주는 지도력, 성장을 위한 학교 운영이라 하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도맡고 함께 돕는 문화를 만들어 업무 분장 시기에도 갈등이 전혀 없다고 하였다. 선생님들의 말랑한 분위기는 학생들에게도 전해져 학폭 없는 학교, 교권 침해 없는 학교로 모든 구성원이 안정된 분위기에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고 하였다.

두 번째 학교의 청렴 비결도 경력 직원의 솔선수범, 민주적인 학교문화, 활발한 의사소통이었다. 특히 이 학교는 교장 선생님과 학부모의 소통이 빛났다. 교장 선생님은 달마다 교육계획을 상세히 써서 편지를 보내고 학부모의 피드백을 받는다. 학부모 편지에 소개할 거리를 찾아 교직원과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칭찬할 거리를 찾고 고충을 듣는다고 하였다.

세 번째로 방문한 학교의 선생님도 청렴한 학교의 비결을 민주적인 학교문화와 수평적인 의사소통으로 꼽았다. 이 학교에선 교직원과 학교 운영에 대해 자주 논의하는데 경력과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발언 기회를 제공하여 자유로운 소통 문화를 만들었다. 함께 어려움을 논의하고 돕다 보면 친해져서 젊은 선생님들과 종종 학교 근처 맛집을 탐방한다고 자랑하셨다.

청렴 우수기관을 찾아다니며 공감과 소통은 청렴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라는 걸 느꼈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학교는 윤리적 행동, 타인에 대한 배려, 조직문화, 대인관계,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청렴 특급 비결을 모두 이루었다.

학교에서 다른 교직원의 감정과 필요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공감 문화가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청렴한 조직문화로 이어진다. 원활한 대인관계는 신뢰와 협력을 증가하고 학교에서의 책임을 실천하게 한다. 공감과 소통이 원활한 학교는 교직원이 소속감과 책임을 갖고 부정행위와 부패를 예방한다.

2년 전 중학교 과정으로 복직할 때의 목표는 학급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육아시간을 써서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었다. 복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학교에서 존재감을 숨기고 일을 빨리 끝낸 후 살며시 퇴근하는 게 중요했다.

청렴 우수 학교의 특급 비결을 알게 된 후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앞으론 주변 사람의 감정과 필요를 이해하고 함께 나아갈 것이다. 내 일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것을 자책하기보다 힘들면 동료와 나누고 도와가며 출근하고 싶은 교직 생활을 만들고 싶다.

공감과 청렴으로 시작하는 건강하고 윤리적인 교직원 사회, 해볼 만하지 않을까.

김은지/세종누리학교 교사

김은지 세종누리학교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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