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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투명성과 다양성" 고향사랑기부제 성공 위한 필수 조건

김대호 (재)피스윈즈코리아 미래변화연구소장

송익준 기자

송익준 기자

  • 승인 2023-12-08 10:06
  • 수정 2023-12-08 21:15
김대호
감대호 소장
10만 원 기부하면 전액 세액공제 받고, 3만 원 상당의 무료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연말이 되면서 국민의 관심이 대단히 높아지고 있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13만 원 돌려받는 고향사랑기부제, 우리나라에 등장한 기부제도 중 단연 혜택이 큰 제도다. 이로 인해 직장인들은 속칭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 시기에 반드시 10만 원은 기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간 제도 활성화가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연말에 흥행이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고향사랑기부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기부자가 기부금의 용도를 지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저정 기부'가 선행돼야 하는데 여전히 고향사랑기부제는 '깜깜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연말연시는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고자 사람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진다. 기부자들은 기부금이 어디 쓰이는지 정하고 싶어 하고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다. 수많은 국내외 자선 단체들은 연말연시 소식지를 제작하기 바쁘다. 기부자의 선택할 권리와 알 권리를 보장해야만, 기부를 받는 기본 조건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듯이, 모금 단체는 기부금을 받고 집행하는 것을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하고 관리하는지가 신뢰의 핵심 중 하나이다.

현재 243개 지자체는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세액공제라던가 답례품을 강조하며 기부를 호소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출향(出鄕)인이라던가, 애향(愛鄕)인들이 한 번 정도는 기부할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지속적인 기부로 이어지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내가 사는 지역 외, 어느 지역이든 기부가 가능하다. 즉, 내 고향에만 기부하는 게 아니다. 결국, 지속가능한 기부는 기부자의 취향과 철학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은 환경 단체에 기부하고, 아동 복지에 관심 있는 사람은 어린이 단체에 기부하듯이, 기부자들이 원하는 것은 내가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한 '지정 기부'다. 내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네이버 '해피빈'이나 카카오 '같이가치' 같이 설명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우리보다 고향사랑기부제를 먼저 시행한 일본 역시 지정 기부가 활성화돼 있다. 일본인에게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이 중요하기보단 사업이 중요하다. 국내는 어떠할까? 광주시 동구와 전남 영암군은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 위기브(wegive)에서 지정 기부를 시도 중이다. 광주 동구는 발달장애인 청소년 E.T야구단 지원, 88년 국내 최고(最古) 단관극장 광주극장 보존을 지정 기부하고 전남 영암은 신생아 생존보장 위한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을 지정 기부한다. 예산과 사업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내용을 친절히 안내하는 것이 두 지자체 지정 기부 특징이다. 두 지자체는 이 지역 출신이 아니라도 해당 문제에 공감하는 타 지역 시민들에게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이는 더 많은 사람이 왕래할 수 있게끔 도로를 확장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정부가 일괄 추진 중인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 고향사랑e음은 사실상 지정 기부가 불가능하다. 두 지자체는 민간에서 추진한 위기브에 입점한 셈이다. 왜 이런 시도를 했을까? 일단 정부 플랫폼은 모금을 대신 해주거나, 광고홍보 등을 해주지 못한다. 주민센터에서 인감증명서를 발급해주는 업무 같은 것은 정부 플랫폼이 하는 것이 맞지만, 이것은 모금을 해야 하는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자체는 물론 일반 시민들은 기본적으로 왜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의 속성을 담은 플랫폼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지자체가 누군가에게 위탁을 맡긴다는 건 본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이거나 예산과 인력의 한계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정부 플랫폼은 지자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플랫폼에서 모금이 많이 된다는 건 지자체가 인력을 계속 배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마케팅 기획 및 집행, 고객서비스, 답례품 및 지정 기부 관리까지, 중앙의 일부 의견 중 정부 플랫폼이 비용이 싸다는 의견이 있는데, 단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관점이라면 지자체는 쿠팡이 아닌 직영몰에서 농수산물을 다 팔아야 하는 셈이다. 그것이 수수료야 싸겠지만, 팔리지 않고 팔려도 지자체에서 관리를 위해 기하급수적으로 인력 및 관리력을 늘려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단견인 셈이다.

일본 광역·기초지자체 중 95%가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 '후루사토초이스'를 비롯한 40여 개 플랫폼에서 지정 기부 모금함을 열고 기부금을 모집한다. 민간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만 해도 기부 건수는 2008년 5만 4000여건, 2012년 12만 2000여건으로 소폭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플랫폼 등장 이후 2013년 42만 7000여건으로 대폭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플랫폼과 함께 성장한 기부는 2022년 기준 5184만 3000여건에 달한다. 40여 개 플랫폼은 각각의 개성과 특징을 가지고 기부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일본에서 플랫폼을 직영하는 지자체도 있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인력과 예산, 관리 등의 이유로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을 위탁하기에 이른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와 울산시가 진행한 <2022 고향사랑기부제 국제포럼>에서 특별 대담을 한 후루카와 야스시 일본 중의원은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민간 플랫폼은 (정부가 추진했던 플랫폼에 비해) 기부자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기부하기 쉽게 설계돼 있다. 모금은 속성상, 트랜드에 맞춰 운영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드는데, 공공이 운영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다양한 모금 플랫폼이 등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자체가 재정 주권을 가지고 지방소멸을 극복해보자는 법 제도의 원래 취지가 살 수 있다. 시민이 만족하는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은 단 한 개일리 없기 때문이다.

/김대호 (재)피스윈즈코리아 미래변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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