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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개미의 집

김은자/시인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4-04-24 10:15
대륙 저편에 사는 눈빛들을 꺼내 응시해 본다

물의 기근으로 고갈되는 국가가 점점 늘자

가까스로 웅덩이로 모여든 흙탕물



목구멍으로 흘러 보내는 익명의 아이들

주저앉아 입을 열어젖히고 울음마저 까무룩 쏟는다



하늘별을 켜놓고 뼈대만 있는 거푸집

흙먼지 떠다니는 바닥에 웅크리고

고목나무에 분탕질로 집을 지으려 듯

개미들이 물어온 보드라운 흙을 핥아 먹는다



밥그릇 앞에 두고 먹지 않겠다는 아이

먹지도 않고 없애버리는 식품 부스러기

밖으로 내던져진 먹이로 익숙하다

그토록 기다리던 너의 소식이 닿기도 전에



햄버거 피자를 꾸역꾸역 씹다가

음식이 쓰레기통으로 사라진다

먹이를 기다리는 까만 눈동자

베인 마음마저 하얗게 눈자위 흐리는

척박하게 외진 땅의 출구를 찾아

김은자 시인
김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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