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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에서 완성된 김시습의 언어, 『신편신역 김시습 전집』 출간

원문 교감·신규 자료 보완… 김시습 연구의 새로운 기준판 제시

김기태 기자

김기태 기자

  • 승인 2025-12-30 09:00
2.신편신역 김시습 전집
신편신역 김시습 전집
부여문화원과 (사)매월당김시습기념사업회는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의 문학과 사상을 새롭게 정리한 '신편신역 김시습 전집'(전 6책)을 발간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전집은 기존 연구 성과를 단순히 집대성하는 수준을 넘어, 원문을 새롭게 교감하고 다수의 신규 자료를 보완·수록한 김시습 연구의 기준판으로 평가받을 만한 성과다. 김시습은 단종을 향한 절의의 상징이자 금오신화를 통해 조선 전기 서사의 지평을 연 인물로, 문학·사상·예술을 아우른 조선 전기의 대표적 지성이다. 정치 권력의 중심에서 벗어나 유랑과 사유의 길 위에서 시대의 균열을 언어로 기록한 그의 글은 오늘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신편신역 김시습 전집이라는 제목에 담긴 '신편(新編)'과 '신역(新譯)'은 이번 작업의 성격을 분명히 보여준다. 불교 관련 시문과 저술은 『한국불교전서』를 바탕으로 원문을 면밀히 교감해 오류를 바로잡았으며, 그 성과를 번역에 충실히 반영했다. 아울러 기존 전집에서 누락됐던 자료들을 대폭 보완해 김시습 저작의 외연을 확장했다.

1493년 무량사에서 간행된 『법화경』 발문, 불갑사 소장 '수능엄경' 발문, 일본 내각문고에서 확인된 '임천가화' 등은 이번 전집이 '신편신역'이라는 이름을 실질적으로 증명하는 대표적인 수록 성과다. 바로잡고, 더하고, 새로 옮긴다는 편집 원칙 위에서 김시습 텍스트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다.

총 6책으로 구성된 이번 전집은 시·문·별집·속집·부록을 한 질로 엮어 김시습의 전모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속집은 기존 체제를 존중하되 수록 시문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증보해 속집 1·2·3권으로 새롭게 정리함으로써, 연구자와 일반 독자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찾아 읽기 가능한 전집'을 지향했다. 번역문 곳곳에는 역자 해설을 덧붙여 고전 문장과 오늘의 독자 사이의 거리도 좁혔다.



이번 전집의 신편·신역과 주해는 2003년 『김시습 평전』을 통해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심경호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명예교수가 맡았다. 여기에 권진옥, 노요한, 류정민, 송호빈 교수와 원순 스님 등으로 구성된 김시습 전집 편집위원회가 참여해 학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신편신역 김시습 전집은 김시습의 마지막 거처인 부여에서, 지역의 공공 지원과 문화기관, 기념사업회의 협력 속에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부여군의 지원을 바탕으로 부여문화원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사)매월당김시습기념사업회가 추진 동력을 형성했으며, 불교계 인사들과 강릉김씨 종인들의 참여가 더해지며 한 인물의 언어를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복원해 전국과 세계로 다시 연결하는 공동의 성과로 이어졌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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