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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옮겼으니 퇴직금 없다”… 경비노동자 울리는 용역구조

27일 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기자회견
3개월 계약직부터 4대보험 과다 공제 임금체불도
"준칙 시행에도 강제성 없어 후속조치 필요해"

이현제 기자

이현제 기자

  • 승인 2026-04-27 17:46

신문게재 2026-04-28 6면

대전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1년 넘게 근무하고도 용역업체의 쪼개기 계약을 이유로 퇴직금을 거부당하는 등 경비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노동권 침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동계는 이러한 사례가 간접고용과 초단기 계약이라는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하며, 지자체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강제성 있는 조례 제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전시의 계약 기간 권고안은 강제력이 없어 한계가 명확한 만큼, 경비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적 보완이 시급히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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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비관리지회와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이 27일 대전시청 앞에서 경비노동자 고용불안 해소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현제 기자)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60대 A 씨는 지난해 경비용역업체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퇴사했다. 3개월 단위 초단기 계약을 반복해 온 탓에 계약 종료 자체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문제는 퇴직금이었다.

A 씨는 같은 업체 소속으로 1년 5개월 동안 근무했지만, 업체 측으로부터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업체 요청에 따라 두 곳의 아파트에서 각각 9개월과 6개월간 근무했는데, 업체는 "각 아파트 근무기간이 퇴직금 지급 기준인 1년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를 댔다.

A 씨는 퇴사 이후 한동안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다 노조의 도움을 받아 노동청에 진정을 냈고, 이후 업체로부터 밀린 퇴직금을 지급 받았다. 다만 업체는 퇴직금 지급과 함께 진정 취하를 요구했고, 향후 재취업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결국 진정을 취하했지만, 이후 재취업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단기계약과 근무지 이동, 용역업체 중심의 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퇴직금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등 고용불안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이 같은 사례가 일부 사업장의 일탈이 아니라 아파트 경비노동 현장에 누적된 구조적 문제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비관리지회와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은 27일 대전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비노동자 고용불안과 착취 근절,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용역업체 소속 경비원들이 아파트 단지와 관리주체, 경비업체 사이에 놓인 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3개월 단위 초단기계약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퇴직금과 연차수당 등 기본적인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간착취 방지 대책 마련과 함께 경비노동자 휴게공간 개선, 공동주택 민원을 전담할 공동주택관리센터 신설 등도 요구했다.

현태봉 민주노총 대전경비관리지회 사무장은 "경비노동자는 대전 시민 70% 이상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는 필수 노동자임에도 정작 본인의 고용과 권리는 가장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다"며 "퇴직금 미지급뿐 아니라 4대 보험료를 과다 공제하거나 제대로 정산하지 않는 사례 등 임금체불성 문제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와 관리용역업체가 경비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대전시는 앞선 2024년 4월 시행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개정안에 따라 경비노동자 근로계약을 1년 이상으로 체결하도록 권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준칙은 강제 규정이 아니기에 조례와 같은 강제적 후속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들은 6·3 지방선거 대전시장 후보들에게 경비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제안서를 전달하고, 노동청과 대전시의회에도 관련 조례 제정 필요성을 건의할 계획이다.
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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