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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
이 대혁명은 인류가 세상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구조화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틀이 획기적으로 바뀐 지점으로써, 학술적으로는 이를 인류의 지적 설계도가 교체된 세 차례의 대전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1의 혁명은 기원전 300년경에 발표된 유클리드 『원론』이며, 이는 우리에게 주장을 증명하는 방법 등 논리적 사고를 하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인간이 수학과 철학을 탐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그 이전의 지식은 경험에 근거한 주관적 주장의 나열이었다면, 유클리드는 이를 추상적 관념으로 확장하여 보편타당한 진리의 영역을 인도하였습니다. 즉, "증명되지 않은 것은 지식이 아니다"라는 엄밀한 수학적 사고방식을 확립시켰으며, 이를 통하여 사고(생각)의 무모순적 전개방식을 통한 '철학'이라는 학문을 인식체계에 포함시키게 되었다. 이러한 연유로 유클리드 원론은 서구 문명의 논리적 기반이 되었으며, 이후 등장할 모든 근대 과학이 '수학'이라는 언어를 선택하게 만든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론』은 기원전 4세기 말에서 3세기 초 사이에 완성되어 인류의 논리적 사고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저작으로서,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인쇄되고 읽히고 있습니다.
제2의 혁명은 자연철학의 법칙화와 결정론적 세계관을 가져다 준 뉴턴 『프린키피아』 (자연철학의 수학적 고찰)에 의해서 일어났습니다. 유클리드가 세운 논리의 틀을 이용해 우리는 이제 우주 전체를 관통하는 물리적 법칙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린키피아에서 발표된 만유인력의 법칙과 F=ma로 알려진 운동법칙을 통하여 우리는 자연과 우주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기존의 과학적 전개가 경험과 관측에 의한 귀납적 전개에서 벗어나 물체의 움직임이나 변화를 법칙(rule)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연역적 사고의 대전환을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과학적 사고의 대전환은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으며, 인류가 자연을 '예측'하고 '이용'하는 주체로 우뚝 서게 했습니다. 프린키피아를 통하여 과학자들은 과학적 전개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연역적 체계가 확립되었다고 믿었으며, 이 믿음은 AI가 나오지 전까진 확고했었습니다.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과학의 전개방식은 20세기 기계가 인간의 정신활동을 대체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컴퓨터의 태동으로 현상을 데이터를 통하여 이해하려는 새로운 시도들이 생겨났으며, 급기야 데이터를 생성하는 정보처리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우리가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기계가 이제 우리의 추론도 대행하는 AI라는 인공지능기술이 출현하게 되었으며 이는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귀납적 패러다임을 불러일으킨 제3의 혁명이라고 여겨집니다.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한 인공지능(AI)은 유클리드와 뉴턴이 고수했던 '인간 이성에 의한 연역적 모델링'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열었습니다. 기술의 AI 전환(AX)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넘어, 의료·물리·수학 등 기초 과학 연구의 방법론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규칙(Rule)을 정의하는 대신, 기계가 방대한 데이터에서 스스로 패턴을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는 관찰과 가설에 근거한 귀납적 전개로의 회귀를 의미하며 그래서 이를 '제4의 패러다임(Data-intensive Scientific discovery)'이라고도 부릅니다.
결국 유클리드가 '생각하는 법'을 밝혔고, 뉴턴이 그 법으로 '우주를 설명'하여 과학의 폭발적인 발전을 야기했다면, 이제는 인간의 지능 자체를 도구화하여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인류역사의 제3차 과학혁명인 AI를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습니다.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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