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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식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장.(사진=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 제공) |
기관사칭 범죄가 더욱 우려스러운 이유는 범죄자가 단순히 거짓말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공기관이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를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직원입니다", "공사에서 발주하는 사업입니다"라는 말에 국민과 거래업체가 경계심을 낮추는 순간, 기관의 신뢰가 오히려 범죄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피해가 발생하면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까지 남는다.
우리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청렴은 주로 공직자의 금품수수나 부당한 업무처리 등 조직 내부의 부패를 예방하는 것으로 인식 되어왔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중요하다. 그러나 변화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청렴의 역할 역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우리 직원이 부패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기관의 이름과 신뢰가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지키는 것 역시 공공기관이 해야 할 새로운 청렴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가 올해 사칭예방센터를 구축한 것도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기존에는 공사를 사칭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연락을 받은 국민이나 업체가 직접 대표전화로 문의하거나 관련 부서를 찾아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했다. 우리는 이 불편을 국민에게 맡겨두지 않기로 했다. 국민은 한 곳에 문의하고, 사실확인은 공사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바꿨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카카오톡을 활용해 공식 확인창구를 만들고, 전담요원을 지정하여 접수된 내용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또한 접수된 사례와 사칭수법을 데이터로 축적하여 유사한 피해를 예방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사칭예방센터를 운영하면서 우리의 역할도 한 단계 더 확장됐다. 공사가 진위 여부를 확인해주는 것만으로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범죄를 막거나 추가 피해를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경찰과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공사의 사실확인 역량과 경찰의 전문적인 범죄 대응역량을 연결하고자 했다.
그 결과 사칭 의심단계에서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범죄가 의심되는 경우 경찰과 연계하는 '예방-확인-수사연계-피해확산 방지'의 대응체계로 발전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실제 국민의 피해를 막았다는 점이다. 사칭예방센터 운영을 통해 20건의 잠재적 보이스 피해를 사전에 차단했으며, 서비스를 이용한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96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의미다. 누군가는 송금하기 직전에 멈출 수 있었고, 누군가는 의심스러운 연락이 진짜인지 확인한 뒤 안심할 수 있었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시스템보다 "이게 정말 공공기관에서 온 연락이 맞습니까?"라는 질문에 신속하고 책임 있게 답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적극행정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문제 앞에서 "우리 업무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대신, 국민의 입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기관사칭 범죄를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범죄수법은 앞으로도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계속 변화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대응 역시 변해야 한다.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는 앞으로도 사칭예방센터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축적된 사례를 분석하여 새로운 사칭수법을 선제적으로 알리고, 국민이 안심하고 공사를 신뢰할 수 있도록 예방체계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 나가겠다.
청렴은 단지 부패하지 않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국민이 우리를 믿어도 된다는 확신을 지켜주는 것, 그것이 변화하는 시대에 공공기관이 실천해야 할 청렴의 또 다른 모습이다.
/김재식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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